UPDATED 12.17 월 08:54

> 뉴스 > 오피니언 | 김계춘 칼럼
   
LINE it! 네이버밴드
오피니언 공론조사와 영리병원의 운명
데스크 승인 2018년 10월 08일 (월) 김계춘 주필 |  
   
 
主 筆
 

6개월여 숙의형 公論조사 결과
“개설 불허” 여론 58.9%
공은 제주도로, 元 지사 결정 주목

거액 손해배상 등 後폭풍 불가피
시민 의견 충분히 수렴하되
정책결정은 중앙·지방정부 책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거센 ‘후폭풍(後暴風)’이 예상된다.

국내 첫 외국인 투자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 여부를 묻는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는 지난 4일 공론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녹지국제영리병원 개설 불허(不許)’를 제주특별자치도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공론조사 최종 조사결과 ‘개설을 허가하면 안 된다’고 선택한 비율은 58.9%였다. 이는 ‘개설을 허가해야 한다’는 38.9%보다 20.0%p 높은 수치다. 유보의견은 2.2%에 그쳤다.

조사결과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50.5%, 여성 68.2%가 개설 불허를 선택했다. 연령별로는 20~30대 69.0%, 40~50대 67.4%가 개설 불허를, 반면 60세 이상은 개설 허가 의견이 57.7%로 더 많았다. 또 서귀포시(54.3%)보다 제주시(60.4%)의 개설 반대의견이 다소 높았다.

반대 이유로는 ‘다른 영리병원 개원으로 이어져 의료 공공성 약화’(66.0%)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유사사업 경험 및 우회투자 의혹 등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12.3%), ‘병원의 주기능인 환자 치료보다 이윤추구에 집중할 것 같다’(11.3%)가 그 뒤를 따랐다.

특히 개설 불허 의견은 1차 조사 39.5%에서 2차 56.5%, 3차 58.9%로 공론조사가 진행될수록 점차 증가했다. 영리병원 찬성 논리보다 반대 논리가 더 먹혀들어간 셈이다. 이로써 올해 2월 도민 1068명이 연서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를 통해 4월 공론조사위가 구성된 뒤 약 6개월 동안 20여 차례 이뤄진 공론조사 활동이 마무리됐다.

허용진 위원장은 “이번 녹지병원 공론조사는 제주사회에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던 정책을 도정이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전국 지자체 최초로 도민의 참여와 숙의과정을 통해 결정이 내려졌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제 공은 제주자치도로 넘어갔다. 최종 승인권을 쥔 원희룡 지사가 과연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미 “녹지국제병원 허가 여부는 도민공론 형성 후 최종 결정하겠다”고 원 지사가 밝혔던 만큼, 현재로선 영리병원 개원 불허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사업자 측의 소송 가능성이 높아 향후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사업자인 녹지그룹은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제주도가 요구한 모든 서류를 갖추고 개원(開院) 승인을 기다려왔다. 문제는 778억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병원건물을 짓고 직원 채용까지 마쳤다는 점이다. 그런데 개원 결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매달 8억 상당의 손실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사업자 측 주장이다.

이에 따라 원 지사가 공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여 개원을 불허할 경우, 녹지그룹이 제주도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를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래저래 원희룡 지사와 JDC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저변엔 행정절차의 적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혹 등의 ‘원죄(原罪)’가 자리잡고 있다.

녹지국제영리병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6월 사업계획이 승인됐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영리병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원 지사가 ‘ 공론조사’에 눈을 돌린 배경이기도 하다. 지난달 열린 도정질문에서 고현수 의원이 “영리병원 개원 불허 시 소송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에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고 답변한 것도 일관성이 없는 정부에 대한 원망에 다름 아니다.

현 정부 들어 ‘원전(原電) 및 대입(大入) 문제’ 등 숙의형 공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 중앙부처는 물론 전국 지자체 또한 공론화 모델을 들고 나온다. 제주의 영리병원 허가 문제도 그 중 하나다. 공론조사는 사회적인 갈등을 공론화해 시민들의 숙의로 해결한다는 점에서 정책결정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만 하다.

그렇다고 공론조사가 만능(萬能)은 아니다. 갈등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을 일반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전가시킨다는 비판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되, 최종 정책결정은 어디까지나 중앙 및 지방정부가 내려야 한다. 책임정치 구현을 위해서도 그렇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제주매일 김계춘 주필]


ⓒ 제주매일(http://www.jejumaeil.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 비방, 허위사실,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제주매일 소개 | 광고안내 | 구독신청 | 불편신고 | 저작권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이메일무단수집거부
제주시 월광로 37(제주시 노형동 2815번지) | 대표전화 064-742-4500 팩스 064-742-460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장진우 | 발행인· 편집인 : 장동훈
Copyright  제주매일 기사 등 모든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복사·배포를 금합니다. | 문의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