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재배하고 있는 엽채류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는 어느 농업인의 고민을 들었다. 정식 전에 비료도 충분히 줬고, 특별한 병해충도 없었다. 게다가 봄에는 퇴비마저 가득 넣었는데 풍성한 수확은 커녕 오히려 출하까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염류집적 장해이다. 시설토양은 고정된 시설에서 계속적인 다량 시비와 용탈 되지 않는 특성 때문에 염기 함량이 집적되어 식물체에 해를 입히게 되는데,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 원인은 비료 및 축산분뇨 퇴비의 과다시비, 강우 차단, 시설 내부의 환경 불량 등이다. 장해 유형은 다양하다. 고농도 염류에 의해서 식물은 수분이 있어도 흡수가 불가능해지고, 성분 상호 간의 길항작용으로 양분이 넘침에도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미생물 활동 억제로 다량의 암모니아가 집적되어 생육이 저하되기도 한다.

이런 염류집적의 문제는 해결방안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깊이 갈아 엎는 심경, 물로 염류를 씻어내는 담수처리, 수수 같은 흡비작물 재배, 새로운 토양으로 바꿔주는 객토 등이 있으나 염류를 제거하는 동안 작물 재배가 불가능해 소득을 포기해야 하므로 어느 것 하나 실행이 어렵다.

그나마 최근에는 킬레이트제(DTPA) 처리기술로 과다 집적된 양분을 작물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토양은 어떤 조건에도 성질을 유지하는 완충능력이 있는 반면 그 범위를 넘어서 염류장해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돌이키기도 어렵다.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란 말이 있다. 양분이 과한 후에는 해결이 쉽지 않아 사전 관리가 중요하다.

제주에서 시설면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 추세는 유지될 것이다. 초기 시설비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소규모 면적에서 집약적 생산은 물론 환경조절에 의한 주년 재배 및 안전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 각종 계측·제어시설 도입으로 스마트농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설의 증가만큼 시설관리, 특히 토양에 대한 철저한 경계를 당부 드리고 싶다.

애써 지은 농산물을 출하도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없기를 바라며, 언제든지 가까운 농업기술센터에서 토양을 분석해 그에 맞는 관리를 해주시기를 적극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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