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하늘 억새의 흔들림이 눈부신 가을, 제주시는 책과 만난다. 작년부터 시작된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제주독서문화대전’이 ‘글의 곶자왈’이라는 부제를 달고 그 두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그리움으로 탑동 광장을 내달리던 책들이 올해는 신산공원의 푸른 숲 사이,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제주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면서 우리를 서로 잇게 만들 책들의 두 번째 잔치가 뿌듯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어린 독자들을 위한 ‘책과의 한판 승부!-울려라 독서골든벨’이 처음 마련돼 눈길을 끈다. 2018제주독서문화대전의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 2시 30분부터 90여 분간 진행되는 독서골든벨에 사전 신청을 한 도내 초등학생 3~6학년 1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신산공원에 모여 책과의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어린 독자들은 ‘똥돼지’로 제주의 통시 문화를, ‘바람의 신 영등’으로 제주의 신과 제주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4·3은 왜?’의 또래 주인공들의 눈을 통해서는 제주의 아픔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말을 담는 그릇, 한글’로 한글의 소중함과 올바른 언어생활을 생각해 볼 것이고 영원한 고전 ‘어린왕자’로 마음 속 깊이 남을 향기 나는 문장들을 만날 것이다.

답답한 실내 공간에서 벗어나 신나게 책 이야기와 숨바꼭질을 하게 될 어린 독자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보일 듯 말듯 숨어버린 이야기의 흔적을 찾아 골몰하는 어린이의 모습도, 잽싸게 찾아내고서 의기양양 웃음 지을 어린이의 모습도 이번 행사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의무감으로 읽어내는 생기 잃은 책읽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무언의 강요된 책읽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동무들과 어울리는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책읽기였으면 좋겠다. 그 시작이 책과 아이들의 숨바꼭질, 제주독서문화대전의 ‘독서골든벨’이 됐으면 좋겠다.

숲도 자라고 어린 독자들도 자라는 이 가을에 제주가 책 섬이 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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