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함정 中·韓관함식 연속 참가 못해
제국주의 상징 ‘욱일기’ 게양 고집
이웃나라에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

피해자에 고개숙인 독일 유럽 중심에
일본, 과거사 반성 獨과는 천양지차
사죄는커녕 ‘독도·위안부’ 왜곡 주장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 독일의 야만성을 상징한다. 폴란드어로 ‘오쉬비엥침’이라고 하는 이 수용소에서만 250만~400만 명의 유대인이 나치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폴란드 정부는 나치의 잔학성을 알리기 위해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이곳에는 피해자인 이스라엘인들은 몰론 가해자인 독일인들도 많이 방문해 참배한다고 한다. 아우슈비츠는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독일 초등학생의 필수 방문코스가 됐다.

독일의 경우 정치인들이 앞장서 나치가 저지른 잘못을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70년 빌리 브란트 당시 서독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을 방문,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죄했다. 이는 독일 과거사 반성의 진정성을 나타내는 역사적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이후 역대 독일 지도자들은 예외 없이 나치의 잘못을 사죄하고 있다.

역사적 과오를 뉘우치고 피해자들에게 고개 숙인 독일은 통일도 이루고, 유럽의 중심 국가로 부상했다. 피해국들은 과거사 문제로 더 이상 독일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일본도 제국주의 시절 나치 못지않게 우리나라와 주변국에게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과거사를 다루는 방식은 독일과 천양지차다.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사죄는 형식적이다. 정치인들은 매년 8월 15일 종전기념일에는 A급 전범들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앞 다투어 찾아 전범을 추모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사과 요구에 일본 정부는 ‘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게다가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끝까지 우기고 있다. 독도도 일본 땅이라고 교과서에 등재해 거짓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과거사 반성은 고사하고 주변국을 고통에 빠트렸던 제국주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형국이다.

일본 제국주의 부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본의 ‘욱일기’가 논란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달 10일부터 5일간 제주도 및 인근 해상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관함식’에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함선이 욱일기 깃발을 달고 온다는 알려지면서 국내 여론이 들끓었다. 한국 등 일본에 침략당한 국가에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단체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공개적으로 일본을 비판하며 욱일기를 내리고 입항하라고 요구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국제관함식에 참가하는 세계 45개국 해군에 ‘욱일기는 전범기’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 서 교수는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취한 조치를 비교하면서 “나치의 상징을 법으로 금지한 독일과 달리 일본은 욱일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제국주의 사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대 여론에 정치권도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은 지난 2일 영해 및 접속수역법, 항공안전법, 형법 등 3개 법률을 개정해 욱일기 등 일본제국주의 상징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 정부 역시 여러 채널로 욱일기 게양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일본 측은 “한국 해군이 통보한 원칙(마스트에 자국기와 태극기 게양)을 존중할 것이나 자국 법령에 따라 해상자위대기도 게양할 수밖에 없다”며 “자국 법령과 국제관례에 의거한 이러한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 관함식에는 함정이 참가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일본이 스스로 관함식 불참을 결정하면서 이번 행사와 관련한 욱일기 논란은 일단락됐다.

관함식은 국가 간 우호증진과 신뢰구축을 위해 우방국 해군을 초청해 치르는 국제 행사다. 일본은 이웃나라에 환영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중국과 한국에서 열리는 관함식에 연거푸 함정을 보내지 못했다. 일본이 주변국에서 끼친 과거의 죄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는 한 존중받는 나라가 될 수 없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입구에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는 자들은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라는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의 어록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는 일본이 명심해야 할 글귀가 아닐까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는 미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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