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과 수위에 ‘주목’
문제 해결 관건은 진정성

201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제가 우여곡절 끝에 10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서 개막된 가운데, 이번 행사로 10년이 넘게 이어진 민·군 갈등문제 해소와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는 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관함식에서 제국주의 상징물인 욱일승천기 게양 논란은 일본이 불참을 통보하며 일단락 됐지만, 이번 행사로  ‘평화의 섬’인 제주가 국제해군기지로 고착화되는 것이 아니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당초 제주 국제관함식은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대통령 사과’ 등을 내세운 정부의 설득 끝에 번복돼 열리게 된 만큼, 정부가 강정 주민들에게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문제 해결의 관건은 사과에 대한 ‘진정성’이다.

2016년 2월 26일 제주해군기지 준공식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축전을 통해 “오늘 준공식이 그 동안의 갈등을 극복하고 지역사회와 상생, 화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지만, 해군은 준공식 1달여만인 3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주민군복합항 구상권 행사(손해배상청구) 소장을 제출하는 등의 ‘자가당착’ 행보로 강정주민의 공분을 사게 했던 전례가 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55, 대장, 해사39기) 지난 8월 29일 강정마을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을 주민들의 사과 요구에 적극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국제관함식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마을주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 건설로 10여년 동안 고통받고 있는 반대 주민들이 만족스러울 정도의 공개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심 총장은 흔쾌히 수용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관함식을 주최한 해군은 이번 행사가 평화를 지향하고 강정마을의 상처를 보듬고 상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국제관함식 개최 목적이 제주해군기지가 동북아지역에 중요한 전략기지라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리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내기 위해서라도 마을 주민과의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

정부의 진정성을 믿어준 주민을 위해서라도 국제관함식 자체에 초점 맞추기 보다는 강정마을 상처를 치유하고 공동체 회복에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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