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 관제탑 기둥이 항공기가 이·착륙하는 ‘메인 활주로-주요 유도로’와 ‘메인 활주로-보조 활주로’ 교차지점의 육안감시를 방해, 사고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한 우려나 기우가 아니었다. 실제 사고로 이어질 활주로 침범 사례가 두 차례나 있었다. 지난해 9월엔 해군 대잠초계기가 점검을 위해 메인 활주로를 횡단하고 있는데 이를 알아채지 못한 관제사가 민간 항공기에 이륙 허가를 내려 큰 사고가 빚어질 뻔 했다.

이보다 앞서 2013년 9월에는 항공기가 활주로 중간에서 이륙하던 중 관제사가 착륙 허가를 내리는 바람에 두 비행기가 충돌 직전 상황까지 갔었다. 다행히 착륙하던 비행기가 회피 비행을 하면서 충돌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바 있다.

두 사고 모두 관제사의 시야를 가리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이와 함께 내구연한이 경과된 지상 레이더마저 작동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제주국제공항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관제장비에 대한 점검 결과 항공기 이동을 감시하는 레이더 관제 및 통신장비의 내구 연한이 초과되는 등 7개 항목의 오류가 확인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토교통부가 2022년 관제탑 신축을 목표로 내년도 국비 예산 212억원을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시급성이 떨어진다”며 편성을 거부했다고 한다. 기재부가 말하는 시급성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대형사고로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해야 시급하다고 말할 것인가. 더욱이 이 사업은 관제동 건물 신축비용을 기획재정부에서 부담하면 관제장비 구축비용 338억원은 한국공항공사가 부담하는 방안이었다.

제주공항의 지난해 출·도착 항공편은 16만7208편, 이용객은 2960만명에 달했다. 우리나라에선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두 번째로 운항편수와 이용객이 많은 공항이다. 시급하지도 않은 다른 곳에는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펑펑 쓰면서 ‘국내 제2의 국제공항’ 안전 개선은 나몰라라 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 일인가. 제발 ‘소를 잃고 난 후에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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