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현장] ‘하브루타 수업’ 성산읍 풍천초등학교 5학년 수업 풍경

▲ 15일 풍천초등학교 5학년 3교시 수학시간, 학생들이 상의하며 답을 찾아나가고 있다. 문정임 기자

질문수업 ‘설명할 수 있는 진짜 지식’ 배양 효과
통폐합 1순위서 교육의 질 자랑하는 알찬 학교로

설명을 듣고 혼자 익히는 수업과, 친구들이 함께 풀고 묻고 가르치는 수업 중 어느 쪽이 더 오래 기억될까. 그 답을 찾아 서귀포시 성산읍 풍천초등학교로 향했다.

15일 오전 5학년 3교시. 이날 수업의 목표는 ‘소수의 곱셈’. 그런데 이날 수업의 진짜 목표는 단순한 곱셈 알기가 아니라, ‘소수의 곱셈을 친구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업에 앞서 화면이 켜졌다. 반장 현진 군의 어린 시절 엄마가 쓴 육아일기다. ‘3.5㎏으로 태어난 네가 지난 생일에는 2.5배 몸무게가 늘더니, 이번 세 번째 생일에는 2.3배가 또 늘었구나.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현진 군의 세 살 때 몸무게는 몇 킬로였을까. 바로 이것이 이날의 문제다. 그런데 이 교실에서 답은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아니, 그 때쯤 저절로 알게 된다.

방법은 이렇다. 보통의 학교라면, 곱셈 공식에 대한 설명이 있은 후, 문제풀이가 이어졌을 것. 하지만 풍천초가 2016년부터 3년째 진행 중인 하브루타 ‘질문수업’에서는 답보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더 중요하다.

아이들은 문제해결방법을 찾아 나섰다. 재빠르게 ‘가르치기 대형’으로 책상 배열을 바꾸고 삼삼오오 문제풀이방법을 고민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책상 위에 빨간 카드를 올려두면 교사가 도움을 준다. 이제는 문제를 해결할 차례다. 소수의 곱셈을 실제 해봐야 한다. 다시 책상이 모둠별 대형으로 바뀌고, 아이들은 교실 곳곳에 숨겨진 문제를 찾아 한 아이씩 모든 아이들이 곱셈 문제를 직접 풀어본다. 한 아이가 문제를 풀 때 다른 친구들이 함께 그 과정을 지켜봐준다. 이제는 오늘의 문제에 답을 찾아갈 시간이다. 선생님이 “반장 현진의 세 살 때 몸무게는 몇 킬로였을까요?”라고 묻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손을 힘차게 들어올렸다.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풍천초등학교의 ‘질문수업’은 3년째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2016년 부임한 고정희 교장은 어떻게 하면 가장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하브루타에서 답을 찾았다. 질문수업은 주 1회 이뤄지고 있다. 문제해결방법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화하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협동의 실리를 깨닫고 설명 가능한 진짜 지식을 쌓는다. 

풍천초는 2012년 전교생이 26명인 제1순위 통폐합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수한 교육의 질을 자랑하는 알찬 학교로, 오히려 큰 학교 엄마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상판 위에 그대로 썼다가 지우는 스마트책상은 학교가 아이들의 교육환경에 얼마나 세심하게 관심을 두는 지를 보여준다.

풍천초는 2017년 제주형 자율학교로 선정되면서 교육중심 시스템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사들은 하브루타 5가지 수업모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해 지속적인 연수를 통해 전문가로 거듭난다. 이들의 변화는 풍천초만의 특색 있는 수업을 만들어 가는 밑거름이다. 
 
고정희 교장은 “그동안 복식수업이 이뤄지면서 충실히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못 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질문수업을 통해 새롭게 성장하고 있다”며 “교사들의 열정과 의지가 작은 학교의 강점을 잘 살려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