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전교생이 26명이던 풍천초등학교(서귀포시 성산읍)는 제1순위 통폐합 대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수한 교육의 질을 자랑하는 알찬 학교로 거듭났다. 인근의 큰 학교 엄마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그 기저엔 ‘하브루타 수업’이 자리 잡고 있다. 하브루타란 친구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하베르’에서 유래한 용어다. 학생들끼리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며 논쟁하는 유대인의 전통적인 토론교육 방법을 말한다.

15일 오전 풍천초등교 5학년 3교시의 풍경은 여느 학교와 달랐다. 이날 수업의 목표는 ‘소수의 곱셈’. 수업에 앞서 화면이 켜졌다. 그리고 반장인 현진 군의 어린 시절 엄마가 쓴 육아일기가 흘러나왔다. ‘3.5㎏으로 태어난 네가 지난 생일에는 2.5배 몸무게가 늘더니, 이번 세 번째 생일에는 2.3배가 또 늘었구나.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란다’는 내용을 전해주며, 현진 군의 세 살 때 몸무게는 몇 킬로였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 나섰다. ‘가르치기 대형’으로 책상 배열을 바꾸고 문제풀이방법을 고민하며 몰두했다. 어려움이 있을 때에는 책상 위에 빨간 카드를 올려두면 선생님이 도움을 준다. 이날 수업의 진짜 목표는 단순한 곱셈 알기가 아니라, 소수의 곱셈을 친구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단순한 답보다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더 중요하다는 게 ‘하브루타 수업’의 핵심이다.

서로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풍천초등학교의 ‘질문수업’은 3년째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여기엔 2016년 부임한 고정희 교장 선생님의 역할이 컸다. 어떻게 하면 교육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하브루타’에서 그 답을 찾은 것이다.

현재 풍천교의 질문수업은 주 1회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화하는 과정 속에서 협동의 실리를 새삼 깨닫고 설명 가능한 진짜 지식을 쌓는다. 풍천초등학교가 2017년 제주형 자율학교로 선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고정희 교장은 “교사들의 열정과 의지가 작은 학교의 강점을 잘 살려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들이 도내 전학교로 파급되어 제주교육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이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