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용기 있는 폭로로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가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학부모들이 “촛불을 다시 들자”고 할 만큼 그 여진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급기야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비리 유치원 전면공개 등 강도 높은 대응책을 지시했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도 지난 15일 ‘유아교육의 개선과 회계투명성 강화’를 관련 부서에 지시한 바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올해 7월에 추진한 사립유치원 감사결과 공개는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한다. 속 다르고 겉 다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학부모나 아동의 권리보다 사립유치원의 반발을 더 의식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도교육청은 ‘누리과정’에 따른 유아학비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사립유치원 감사를 정례화 했다. 그 후속조치로 도내 21개 유치원 중 먼저 7곳을 선정해 지난 7월 정기 감사를 펼쳤다. 그리고 1곳을 제외하곤 감사처분심의회 심의까지 6곳에 대한 감사가 마무리됐다.

문제는 도교육청이 나머지 한 곳에 대한 처분이 완료될 때까지 감사결과 공개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실명 공개와 관련해서도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도교육청이 감사결과를 기관명과 함께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해왔던 것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또 자체감사 결과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는 ‘감사 규칙’에도 어긋난다.

특히 각기 다른 교육기관을 감사한 뒤, 한 곳의 감사가 끝나지 않았다고 공개시기를 일괄적으로 늦추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도교육청의 일정대로라면 이번 정기감사 결과는 11월 초중순에야 알 수 있다. 이때는 국회와 도의회의 감사는 물론 2019학년도 유치원 신입생 모집이 끝나는 시기다. 일단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명백한 ‘꼼수’라 아니할 수 없다.

누리과정 일환으로 사립유치원에 투입되는 지원금은 연간 2조원으로, 유치원 1곳당 평균 5억원에 달한다. 모두가 국민들의 피 같은 세금이다. 그런데 최근 드러난 비리 실태를 보면 일부이긴 하나 명품백 구매나 외제차 운영비 등으로 쓰였다고 한다. 실로 파렴치의 극치다.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그동안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교육부와 도교육청, 관련 국회의원 등이 직무를 유기한 것이기에 그 책임이 매우 크다. 이를 반성하기는커녕 문제가 터졌어도 유치원들의 집단반발을 의식해 아직도 눈치만 보는 제주도교육청은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기관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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