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반발로 무산됐던 전남(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사업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대정부질문을 빌미로 해당지역 국회의원이 꺼진 불을 다시 살렸고, 전남지사를 지낸 이낙연 국무총리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달 2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윤영일 의원(민주평화당, 해남·완도·진도군)은 이 총리를 상대로 목포~제주 간 해저터널 사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해저터널 사업 추진을 위한 사전예비타당성 조사라도 시켜야 한다”는 윤 의원의 제안에 이 총리는 “국토교통부와 상의하겠다”며 추진 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전남~제주 해저터널 사업은 이 총리의 지사 시절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전남지사로 재직하던 2016년 당시 이낙연 지사는 “폭설과 강풍으로 인한 제주공항 마비사태로 목포~제주 해저터널을 통한 서울~제주 KTX 개통의 필요성이 재확인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문제는 17일 열린 제주도의회의 환경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쟁점이 됐다. 안창남 의원(무소속, 삼양·봉개동)은 “이 총리가 해저터널 사전예비타당성 조사를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는데 제주도의 전략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현대성 교통항공국장이 “제주도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해저터널에 관심이 없다고 줄곧 표명해 왔다”고 답했으나 안 의원의 추궁은 계속됐다.

안 의원은 “현 정부의 총리가 해저터널 사전예비타당성조사 추진 의사를 밝혔고, 전남의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도 제주도는 대책이 없다”며 “원희룡 지사가 ‘블록체인’에만 몰두해 정작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조용하다. 시급히 정부와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남 목포를 출발해 해남과 보길도, 추자도를 거쳐 제주를 잇는 167㎞ 구간의 해저터널 사업은 공사기간만 16년에 천문학적 사업비(16조 8000억원 가량)가 예상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전남의 입장에선 이익이 될지 모르나, 제주의 경우 ‘신비의 섬’이란 정체성 상실 등 득보다 실이 훨씬 큰 사업이다. 그것은 전남의 보물이자 대표적 휴양섬인 보길도에 다리가 놓이면서 정체성을 잃음은 물론 ‘구경은 보길도서, 수입은 노화도가 챙기는’ 형태로 전락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안창남 의원의 지적처럼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는 전남~제주 해저터널과 관련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하여 잊을만하면 지금처럼 ‘떠보기식 군불때기’가 다시는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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