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성’은 조선시대 제주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을 말한다. 제주는 고려시대 중국(元)의 간섭기에 대규모 목마가 시작됐고, 조선시대엔 최대의 말 공급지로 부각됐다. 당시로선 말 자체가 ‘군수품’이었기에 사람보다 말 중심의 마정(馬政)이 우선시 되던 시절이었다.

이런 점에서 잣성은 조선시대 도내 중산간 지역에 국영(國營) 목장이 설치되었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실체인 동시에 제주도의 전통적 목축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또한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역사 유물이기도 하다.

졸속·부실(不實) 용역으로 인해 700여년 된 잣성이 훼손됐다는 주장이 제주도의회의 세계유산본부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기됐다. 양영식 의원(더불어민주당, 연동 갑)은 18일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로 700여년이 된 잣성이 훼손된 사실을 거론하며 문화재 관리에 대한 허점을 집중 질의했다.

양 의원은 “공사 과정에서 제주의 역사유적이자 목축문화 유산인 잣성이 훼손됐다”며 “2016년 이뤄진 제주 동부지역 잣성 유적 실태조사 시 제대로운 현황 파악이 안됐기 때문”이라고 추궁했다. 이어 “용역 보고서가 현장을 직접 다녀오는 대신 과거 잣성 관련 서적의 사진을 도용했고, 위치 확인을 위한 지번(地番)조차 존재하지 않은 지번으로 확인됐다”며 8000만원을 들인 용역 자체가 부실·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몰아붙였다.

양영식 의원은 특히 “제주목축문화를 알고 있는 기관이 용역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육지부의 도시계획 전공자들이 모인 기관에서 탁상공론식으로 진행됐다”며 “잘못된 기관에 용역을 발주한 것 자체가 부실 용역 및 잣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감사를 의뢰하라고 촉구했다.

문광위 위원장인 이경용 의원도 가세했다. 이 위원장은 “부실 용역을 뛰어넘어 허위 사실을 행정관서(도청)에 문서로 제출한 것은 범법행위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의도가 있다”며 “용역수행 비용을 환수조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고발조치를 하라”고 강력 주문했다.

부실 용역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때마다 관련당국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결국은 대부분 면피용(免避用)으로 전락했다. 훼손된 유적이나 유물 등은 원상 복구 자체가 어렵다. 행정기관의 잘못으로 ‘700년 된 잣성 유적’도 이제 역사의 뒤안길에 묻힌 꼴이니, 누군가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