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던 일본인 남성이 3년4개월만에 석방됐다. 이 남성은 억류 중 공개된 영상에서 스스로를 '한국인'이라고 칭했던 인물이다.

24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전날 밤 시리아에서 실종된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44)씨로 보이는 인물이 석방됐다고 발표했다.

프리랜서 언론인인 야스다 씨는 지난 2015년 6월 시리아에서 행방불명됐었다.

그를 납치한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 연계 조직 알누스라 전선은 납치 후 1~2개월 내에 일본 측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그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야스다 씨 추정 인물의 모습은 그동안 4차례 동영상으로 공개된 바 있다.

"고통에 시달리면서 어두운 방에 앉아있는 동안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마지막 기회다. 도와달라" 등의 발언을 했던 이 인물은 지난 7월 공개된 영상에서는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설명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인터넷에 공개된 20초 분량의 동영상에 IS 영상에서 등장하는 인질과 비슷한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채 수염이 덥수룩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뒤편에는 검은색 옷차림에 복면을 한 2명이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그는 일본어로 "내 이름은 '우마르'입니다. 한국인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지금은 2018년 7월25일입니다. 상당히 나쁜 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지금 바로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야스다 씨의 석방 소식을 신속히 보도하며 그의 석방 과정에서 금전 등의 거래는 없었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을 전했다.

한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몸값 지불을 포함한 거래는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총리 관저의 한 관료는 그의 건강상태에 대해 "의식을 확실히 갖고 있다. 질문을 받고 답하는 것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이 세력을 넓히고 반면에 반군이 세력을 잃은 것이 석방의 배경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야스다 씨가 동영상을 통해 도와달라고 호소한 모습이 방송 전파를 탔던 만큼 일본 언론들은 가족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석방을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가 정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시리아에 들어갔다가 실종됐다는 비판 여론도 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4월 내전이 격화된 시리아 전역에 대해 '피란 권고'를 내렸고 이듬해 3월에는 주 시리아 일본대사관을 폐관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2004년 피란 권고가 내려진 이라크에 입국한 일본인 언론인 3명이 무장그룹에 납치됐다가 8일 후 풀려난 적 있었는데, 당시 피란 권고를 무시했던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었다.

다른 일본인의 중동 납치 사례로는 2004년 이라크를 여행하던 20대 청년이 이라크 무장그룹에 납치됐다 살해당한 사건이 있다. 2014년에는 IS가 시리아에서 일본인 사업가와 언론인을 잇따라 납치했다가 몸값을 지급하지 않자 살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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