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서 한동안 뜨거운 감자였던 ‘김영란법’이 제정되면서 감사에 대한 보답의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식사·다과·주류·음료 등 음식물은 3만원, 금전 및 음식물을 제외한 선물은 5만원(농수산물, 가공품은 예외적으로 10만원)을 기준으로 초과분을 받았을 경우 법에 위반된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나에게 고맙다며 박카스 한 병, 빵집에서 샀다면서 가져온 빵 몇 봉지를 건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런 작은 것들을 받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마음만 받겠다고 민원인들을 돌려 보냈었다.

‘이제는 누군가 해야 할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봤던 내용 중 이런 문구가 있었다. “소수의 악당이 아닌 다수의 선한 사람이 부정을 저지르면 그걸 통제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처벌 수위만 높이면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도덕적 규범을 떠올리게 하는 것만으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처음부터 큰돈을 받아 부정하게 업무 처리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처음에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음료수 하나였을 수도 있고, 밥 한 끼였을 수도 있다.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그 정도는 괜찮다면서 받곤 했을 것이다. 그 범위가 점점 커지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기준에 무감각해졌을 때가 이미 많이 늦은 때인 것이다.

다수의 선한 사람이 부정을 저지를 때, 그것이 작은 것이더라도 안 된다는 도덕적 규범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다수의 선한 사람들이 악당으로 변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강력한 처벌이 아닌 생각의 패러다임 변화일지도 모른다.

청렴함에 있어서 작은 일에 대해 적용되는 기준과 큰일에 대해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 김영란법에 나와 있는 법상 제재되는 사항 때문이 아니라 도덕적인 규범 자체가 변해야 된다.

한국 사회는 ‘정’에 약하다. 누군가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정’이며, 고마움을 표현하는 사람의 성의를 무시하지 않는 것이 ‘정’이다. 누군가에게 부정한 부탁을 하지 않아야 하며 고마움에 대해서는 감사의 인사로 대신하는 걸로 도덕적 규범 자체가 변화해야 될 때인 것 같다.

더 이상 ‘정’이라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정의’가 무너지지 않았으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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