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주국제감귤박람회에 ‘감귤역사관’을 준비하고 있다. 제주농업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수집된 자료 전부를 감귤박람회 역사관에 수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충분하게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를 기고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오늘은 우선 제주 밭담에 관한 이야기다. 밭담은 제주 농촌이 다른 지방 농촌보다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돌이 많은 지형적 특성은 제주 섬의 척박한 농업환경을 상징한다. 그래서 한때는 농사일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리되어진 부분도 있었으며 최근에는 개발의 뒷전으로 밀려 많이 손실되거나 훼손되어지는 실정이다.

제주밭담의 길이는 중국의 만리장성(6400㎞)보다 훨씬 긴 약 2만2108㎞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의 만리장성은 그 시대의 민초들이 집권자의 부역에 의해 조성됐지만 제주밭담은 제주 선조들이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가족단위 또는 제주만의 특색 있는 수눌음 공동체에 의해 쌓아져 역사적인 가치는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역사에 고려시대(1234년) 제주판관 김구의 권장으로 경계용 밭담을 쌓기 시작했다고 기록됐지만 제주의 척박한 농업환경을 생각한다면 그 이전부터 밭담이 조성되었음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밭담에는 땅을 개간하면서 나온 돌을 이용해 담을 쌓아 동물과 바람을 막고 수분을 유지시키는 등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제주선조들의 애환이 담겨 있다. 그럼으로 제주밭담의 유래는 고려 시대 판관 김구의 권장이 아니라 그 이전 제주농업의 역사와 일맥상통 할 수밖에 없다.

제주밭담은 마침내 2013년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 밭담은 악조건의 제주농업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제주만의 독특한 농업유산이다.

앞으로 제주밭담은 문화관광, 농촌관광, 체험관광 등 제주도민을 비롯한 전 국민들에게 제주의 가치를 제공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으로 보존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주농업의 역사와 맥락을 함께해 온 제주밭담은 세계의 농업유산으로 제주가 보전해야 할 가치 있는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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