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職權)을 남용해서 제주자치도의 예산을 부당 지출하게 한 전(前) 제주도립미술관장이 검찰에 송치됐다고 한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전 도립미술관장인 K씨를 직권남용과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제주지검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의하면 용역업체에서 부담해야 할 행사비용은 처음부터 제주도 예산을 지출해선 안 된다. 하지만 K관장은 담당 공무원에게 예산을 지출토록 부당하게 지시해 1억5400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예산(1억5400만원)은 당초 현대미술관 전시 제작에 편성하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결과 지난해 9월 1일부터 11월 3일까지 진행된 국제예술행사인 제주비엔날레를 주관한 제주도립미술관은 용역대행 업체에 해당 예산 15억 상당을 모두 반영해서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관장인 K씨는 실무책임자 등 공무원 5명에게 이중으로 예산을 지출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수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1억5400만원을 부당지출한 담담사무관 A씨도 업무상 배임 혐의가 적용돼 검찰에 송치됐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6월 제주도감사위의 수사 의뢰를 받고 압수수색을 통해 분석한 K씨와 A씨 휴대전화 및 관련 공무원들의 진술 등에 의해 드러났다.

그러나 K 전 관장은 “예산 사용에 있어서 별도로 제주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발뺌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 또한 예산지출의 부당함을 알렸음에도 K 전 관장이 지시와 규정에도 없는 예산집행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진술로 일관 중이다.

예산 사용과 관련 제주도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는 전 관장이나, 부당한 지시란 것을 알면서도 예산을 집행한 담당 공무원 모두 ‘오십보백보’다. 여기엔 옥석을 가리지 못한 임명자인 제주도지사의 책임 역시 크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내외적 행사를 막론하고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때문에 법과 규정에 따른 엄격한 예산 집행이 요구된다. 자칭 ‘예술가’임을 내세워 예산은 잘 모른다는 변명이나 일삼고, 부당한 지시임을 알면서도 예산집행에 동조한 사람들은 애초부터 ‘공무원’의 자격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처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됐다. 언제까지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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