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제주지역 가정폭력 신고 건수(인구 1000명당)는 377건으로 인천(452건)과 경기(398건)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제주도내 가정폭력 신고건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8월말 현재)에는 전년도보다 14.5% 감소했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경우 고립과 보복에 따른 두려움, 가족과 이웃에 알려지는 것에 대한 창피함 등으로 적극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경찰이 분석한 가정폭력 주요 원인으로는 주취문제(19%)와 경제문제(17.5%)가 꼽힌다. 이어 무시와 무관심(14%), 외도(12%)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해자가 음주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전체 가정폭력의 47%를 차지해 잘못 형성된 음주문화의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제주지역은 가히 ‘음주 천국(天國)’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9월 기준 인구 10만명당 도내 유흥업소는 119개소에 달했다. 부산(77개소)과 서울(23개소)보다 훨씬 많았다. 관광지란 특성을 감안해도 너무 많은 숫자다. 또 주 3~4회 혹은 거의 매일 마신다는 도민이 37.8%로 전국 평균 29.5%보다 10% 가까이 많게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제주의 경우 근무지와 주거지에서 주점 접근성이 높고, ‘괸당문화’와 사적모임이 많은 것을 주된 이유로 든다. 이와 함께 문화와 여가활동 장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음주가 많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은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지”라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과 스스로의 자책감 등으로 외부에 알려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드물다. 사회적으로도 가정폭력에 개입하는 것을 남의 가정 일에 간섭하는 일로 여겨 외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정폭력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폭력은 가족 해체는 물론 끔찍한 사건으로도 이어진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전처(前妻) 살인사건’은 단적인 예다. 이제 가정폭력을 개인사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와 경찰, 도민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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