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제주바다환경정화체험 행사
조천중 학생·교사 100여 명 해안정화 봉사활동
“제주인 삶의 터전 바다에 쓰레기 생각보다 많아”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깃발’/유치환)

꾹꾹 소리를 죽이며 흘리는 눈물은 크게 소리 내서 우는 것보다 더 가슴이 아프다. 그런 의미에서 시인 유치환에게 '해원'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낼 정도의 사무치는 그리움의 장소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바다는 어떤 곳일까.

진정한 ‘바다 사랑’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을 제주매일과 조천중학교 학생들이 시작했다.

 

지난 3일 제주매일은 제8회 ‘2018 제주바다환경정화체험 행사’를 개최해 ‘바다 지킴이’ 역할을 자처했다. 행사는 조천읍 소재 닭머르해안길에서 조천중학교 학생과 교사 등 100여 명의 참여 아래 이뤄졌다.

아침햇살이 제법 뜨겁게 내리쬐던 오전, 해안가 인근 정자에 학생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14~16세 학생들 100여 명이 모이자 닭머르길 일대가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몸이 아픈지 선생님 앞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단발머리 여학생, 물병을 던지며 장난을 치다가 한바탕 혼이 난 남학생 무리 등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가지각색의 광경에 왈가닥 학창시절이 떠올라 얼핏 웃음이 지어졌다.

이 아이들에게 바다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쓰레기 수거 행위를 넘어 ‘바다 사랑’이라는 본 행사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 조금 색다른 질문을 한 가지 더 던져보기로 했다. 바로 ‘바다’ 하면 떠오르는 기억에 관한 것이다.

이곳에 자주 놀러 온다는 김영민(조천중·3학년) 군은 “카페에서 들고 나온 일회용 커피컵을 누군가 버리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며 “바다 근처에도 쓰레기통을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다와 함께 했던 기억에 관한 질문에는 “어린시절 아버지 등에 업혀 해변을 거닐곤 했다”며 “아버지 품이 따뜻해 잠이 드는 날도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양현지(3학년) 양은 “아빠와 낚시하러 가끔 오는데 그때는 쓰레기가 있어도 그냥 지나쳤었다”며 “이곳에 와서 정화활동을 해보니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지금 좀 힘들다”고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어 “아빠와 낚시하러 와서 잡은 물고기를 바로 구워 먹었던 일이 생각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고예빈(3학년) 양은 “바닷가 주위를 돌아다니거나 친구들과 얘기하러 올 때마다 버려진 스티로폼이나 그물망 따위를 자주 목격했지만 직접 정화활동에 참여해보니 이렇게까지 많을 줄 몰랐다”고 털어놨다. 마지막 질문에는 잠시 망설이다 “딱히 생각나는 일은 없지만 바다는 혼자 있을 때는 무서운 느낌이 드는데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참 좋다”고 수줍게 웃었다.

화북이나 조천에 있는 바다에 자주 방문한다는 임수빈(3학년) 양 역시 “갈 때마다 버려진 라면 봉지나 음료수 병 등을 많이 봤다”며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가 해녀시라 직접 해산물을 잡아서 먹여주셨는데 참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김현찬(3학년) 군은 본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지구가 아프다”고 개구지게 우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곧 “좋은 일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어렸을 적 바다에 빠질 뻔했던 것을 친구가 구해줬다”고 추억 하나를 털어놨다.

어떤 이에게 바다는 단지 자원을 얻고 관광수익을 올리는 곳이 아니라, ‘어렸을 적 기대 잠이 들었던 아버지의 등’, ‘손수 채취한 해산물을 먹여주시던 할머니의 주름진 손’, ‘물에 빠져 허우적대던 나를 구해준 친구의 든든한 어깨’와 같다.

제주바다는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미래 세대에게 풍요로운 바다를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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