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족 자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청소년 글로벌 리더 과정

▲ 각 나라 대사·영사들이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캄보디아 롱 디몬쉐 대사, 태국 씽텅 랍피쎗판 대사, 필리핀 라울 헤르난데스 대사, 우즈베키스탄 편 루드밀라 대사 부인, 주제주중국총영사관 장바오치 부총영사, 베트남 응웬 부 뚜 대사, 네팔 키런샤켜 대리대사

체험부스서 음식 맛보며 나라별 전통 문화 공유
전통 의상 패션쇼, 대사와의 토크쇼 등도 진행 

제주에는 50여 개 국가에서 온 2만여명의 세계인들이 살고 있다. 전체 제주 인구의 3.5%다. 전국 시·도 가운데 다문화 인구의 비중과 증가율이 앞자리에 손꼽히는 제주는 5%를 넘어 다인종국가로 분류될 날이 머지 않았다. 특히 사람, 물자,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에서는 이들 하나하나가 소중한 자원이자 미래 동력이 된다.

▲ 참가자들이 우즈베키스탄 체험부스에서 전통의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아시아의 문화를 배우다
“이건 뭐죠? 아, 우리랑 비슷하네요. 밀가루에 고기를 넣고 구운 음식, 우리도 있어요. 신기하네.”

4일 매종글래드 제주 제이드홀에 아시아 8개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부스가 펼쳐졌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네팔,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족들이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 선보였다. 이날 1일 외교관이 된 이들은 대부분 제주로 시집온 결혼이민여성과 자녀들. 전통의상을 입고 환한 웃음으로 방문객들을 맞았다. 사람들은 나라별 음식을 맛보며 부스에 내걸린 국기와 전통 술, 수공예품 등을 차근차근 둘러봤다.

아이들도 모국(母國)을 알리는 일에 함께 나섰다. 황금색 캄보디아 전통의상을 입은 양효범 군(9)은 “집에서도 자주 입어 캄보디아 전통 의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어깨를 으쓱 들어올려보였다.

한 곳에 차려놓고 보니 아시아 음식에서는 공통적인 게 많았다. 이날 현장에서 선보인 몽골식 고기만두 호슈르와 베트남 튀김만두 짜조가 그랬다. 이름과 모양만 다를 뿐 재료와 만드는 방법이 비슷했다. 또, 여러 나라의 음식이 상점을 통해 널리 시판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거부감없이 타국 음식을 시식했다. 태국의 국물요리 똠양꿍, 몽골의 샐러드, 베트남의 찹쌀떡, 우즈베키스탄의 쿠키 등은 특히 인기였다. 

이번 행사는 내 나라를 소개하는 동시에 다른 나라에 대해 알아보는 교류의 장이 됐다. 이는 자원봉사차 현장을 찾은 제주외고 학생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제주외고 2학년 변재현 양은 “우즈베키스탄 쿠키도 너무 맛있고요, 베트남 짜조는 정말 맛있어요.”라며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어올려 보였다. 변 양은 “중국어 선생님이 꿈인데 오늘 이렇게 여러 나라 문화를 접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 4일 매종글래드 제주 제이드홀에서 열린 다문화 패션쇼 ‘우리가 미래의 글로벌 리더’에서 입상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옷으로 만나는 8개국 
이번 행사의 백미는 단연 전통의상 패션쇼였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 한 눈에 그 나라의 특징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모두 11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1등은 화려한 금사와 원색 실이 수놓아진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선 우즈베키스탄 팀(황광희, 양광지, 양인희 등)에게 돌아갔다.

2등은 섬세한 패턴의 직조기술이 돋보이는 전통의상을 선보인 캄보디아 팀(양효범, 윤수연)이, 3등은 전통모자와 자수 벨트가 인상적인 네팔 팀(이원준, 김소희, 이제의 등)이 차지했다.

패션쇼에는 엄마, 아빠, 딸로 구성된 일가족에서부터 이제야 막 기저귀를 뗀 서너살배기 남매, 전통음식을 들고 무대에 오른 중년 여성들까지 다양한  구성의 팀들이 무대에 섰다. 

패션 쇼에 앞서서는 몽골을 제외한 7개국 대사와 가족들이 직접 자국을 소개하고 제주에 살고 있는 자국민들과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결혼이민자, 유학생, 노동자 등 여러 계층의 이주민들이 노동환경과 취업, 비자문제 등에 대해 실질적인 고민을 전달했다. 
 
이날 만난 한 결혼이주여성들은 “단체를 통해 매년 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데 아이들에게 엄마 나라에 대해 알려줄 수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며 참석한 대사들과 행사 주최 측에 깊은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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