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도 최근 경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부동산과 관광 활황세 등에 힘입어 제주 역시 창업바람이 불었지만 창업과 함께 문을 닫는 사업자도 많았다. 부푼 기대감으로 창업에 나섰으나 과당경쟁 등의 영향 때문에 부침 또한 심했다.

국세청은 ‘국세통계연보’ 발간에 앞서 창업자 동향 등 81개 국세통계 항목을 5일 조기 공개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지역 전체 사업자는 11만4133명. 이 가운데 개인이 10만843명이었고, 법인은 1만3290명으로 집계됐다.

개인의 경우 일반사업자가 5만7590명, 간이사업자 2만9701명, 면세사업자 1만3552명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사업자가 2만2154명인데 반해 문을 닫은 폐업자도 1만2315명에 달했다. 이는 2곳이 창업하면 절반이 넘는 곳이 폐업했다는 의미다.

연도별 신규 사업자를 보면 지난 2014년 1만7805명에서 2015년 2만237명, 2016년 2만2019명으로 창업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폐업자도 증가세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폐업자 수는 2014년 9381명에서 지난해 1만2315명으로 늘었다.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개인이 법인보다 월등히 높았다. 법인의 경우 창업 대비 폐업률은 47.0%로 절반 이하에 그쳤지만, 개인사업자는 56.3%로 10명이 창업하면 절반이 넘는 5.6명이 폐업에 이른 것이다.

법인에 비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이 높은 것은 생존경쟁이 치열한 탓도 있지만 규모가 상대적으로 열악해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창업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 중에서도 폐업률이 가장 높은 부문은 간이사업자로 무려 61.8%에 달했다.

창업(創業)은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해 그 기초를 세운다는 뜻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 창업이지, 직장을 그만두고 무슨 일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가 대다수다. 사정이 그렇기에 사전 준비는커녕 떠밀리듯이 사업 전선에 뛰어드는 게 창업의 현주소다. 정부 등이 나서 요란하게 떠드는 ‘100세 시대’와 장기적인 경기 불황이 낳은 우리의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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