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해안가에서 3살 여아가 숨진 채로 발견된 것은 지난 4일 오후였다. 그러나 딸과 함께 내도한 엄마의 행방은 아직까지 묘연한 상태다. 경찰의 수색 또한 답보를 면치 못하면서 사건 자체가 ‘오리무중(五里霧中)’에 빠졌다.

이들 모녀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 36분경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뒤 제주에 도착했다. 이후 택시를 이용 제주시 삼도동의 한 모텔로 이동해 2일 새벽까지 이틀을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모텔에 투숙 중이던 이달 1일 엄마인 장모(33)씨는 숙소 근처 마트에서 신용카드로 우유와 컵라면, 번개탄과 부탄가스, 라이터 등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일 오전 2시 31분경 장씨가 딸을 데리고 숙소를 나와서 택시를 타고 10분도 채 안된 2시 38분 제주시 용담동 해안도로에 내린 이후 발생했다.

도로 건너편 상가 폐쇄회로(CCTV)에는 장씨가 오전 2시 47분경 바닷가 쪽으로 난 계단 아래로 딸과 함께 내려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하지만 다시 도로 위로 올라오는 모습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후 장씨의 행방은 경찰의 수색에도 불구하고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 모녀가 묵었던 모텔에는 여행용 가방 등 짐이 그대로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욕실 바닥엔 번개탄을 피운 흔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3살 딸은 이틀 뒤인 4일 오후 6시 36분경 신엄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용담 해안가와는 무려 15㎞ 이상 떨어진 곳이다.

경찰이 사망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6일)한 결과 여아의 사인은 ‘익사(溺死)’로 추정됐다. 폐기종 및 흉부에 많은 물이 고여 있는 것 말고는 특별한 외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들 모녀가 바다에 빠져 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용담 해안과 시신 발견 지점을 중심으로 연안 구조정 등을 동원해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재 실종 상태인 장씨를 찾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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