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이면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日沒制)가 본격 시행된다. ‘일몰제’란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다. 그것은 도시공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도시공원 중에는 상당 부분의 사유지가 존재한다. 개인의 토지라고 할지라도 도시공원계획에 포함될 경우 당국(정부)의 제재를 받게 된다. 그러나 토지주들의 거센 반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1999년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땅주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일단 20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그 이후엔 정부가 제재를 풀라는 것이다. 그 시점이 바로 2020년 7월 1일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2020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에 대비한 부지 매입이 도로에만 편중되면서 도시공원이 제대로 유지될 것인가에 대한 지적이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환경운동연합이 취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양 행정시의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사업 특별회계예산은 제주시 242억원, 서귀포시 233억원 등 모두 475억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예산의 95%(제주시 227억원, 서귀포시 223억원)가 장기미집행 도로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에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반해 도시공원 관련 부지 매입은 제주시 남조봉공원 15억원, 서귀포시 삼매봉공원 10억원 등 25억원에 불과했다.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급하지도 않은 ‘도로 건설’에 밀려 도내 상당수 도시공원들이 사라지거나, 현재의 공원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제주환경운동연합은 “도시공원이 도시계획시설에서 풀리면 당장 개발 압력에 시달리고, 가뜩이나 부족한 도심녹지와 주변녹지가 급격히 감소해 도민들 삶의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긴급성으로 따져볼 때 도로건설 부지보다 도시공원 부지 매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2020년 7월 1일이면 당장 눈앞이다. 자칫 ‘공원 대란(大亂)’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도심 공원이 사라진 그때 가서 도민들의 거센 반발에 어떻게 대처할지도 의문이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미래비전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던 ‘청정과 공존’은 시민들의 쉼터인 도시공원에서도 이미 빛이 바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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