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에게 비행기는 대중교통
요즘 항공권 구매 ‘하늘의 별따기’
요금 할인도 그저 그런 수준 그쳐

道출자 제주항공 말뿐인 지역항공사
공익과 도민 중심의 항공정책 필요
‘도민전용 특정항공기’ 도입 고려할만

 

자주 육지로 취재를 가야 하는 직업 특성상, 항공사 홈페이지를 자주 찾는다. 요즘 항공권을 구매하려면 성수기와 비슷하게 어렵다. 가을 수학여행 시즌인지 주말은 물론이고 월요일, 심지어 화요일 오전까지도 매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필자 같은 경우는 취재 일정을 정해 놓고 올라가니 그나마 시간을 조정할 수가 있지만, 급하게 육지에 볼 일이 있는 도민은 항공권을 예매 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가 있다. 친인척이나 지인이 갑자기 위독해도, 주말이나 연휴 기간에는 제시간에 가지 못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항공사는 매진이라도 취소하는 승객이 있으니 공항에 와서 대기하라고 한다. 그러나 대기를 해도 비행기표를 구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나마 대형항공사는 회원 등급이 높은 경우 우선순위로 배정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저가항공보다 요금이 비싼 항공사를 꾸준하게 이용해야 가능하다.

섬이라는 특성상 제주도민과 비행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육지로 나가기 위해서는 대부분 비행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주도민이라고 별도의 혜택을 받는 경우는 별로 없다.

육지 사람들은 제주도민이라면 무조건 항공기 운임을 할인받는다고 생각한다. 항공사마다 도민 할인이 있지만, 특가 운임을 이용할 경우는 무용지물이다. 주말 요금 등 정상가 요금에서 10~20%를 할인받을 뿐이다.

저가 항공이 활성화되면서 항공사마다 10~50% 특가 요금으로 경쟁을 한다. 가끔 제주를 오가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다행이겠지만, 육지를 자주 오가는 도민들은 이마저도 부담이 된다. 제주도민은 구매 가격에 상관없이 도민 할인을 요구하지만, 제주도청은 행정이 관여하기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다.

제주도민들은 가격을 떠나 항공사별로 급한 도민을 위해 일부 좌석을 남겨 놓고 배정해줬으면 하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결국, 제주도민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불편함을 감수하고 항공편을 이용해야만 한다.

혹자는 제2공항이 생기면 나아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나 제2공항이 생겨도 여전히 연휴와 주말에는 항공권이 매진될 가능성이 높다. 항공기 운임도 정상가 기준 소폭 할인에 그칠 것이다. 설사 제2공항이 생긴다고 해도 항공사가 제주도민에게 지금보다 더 나은 혜택을 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제주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항공교통을 이용하는 도민도 늘어만 가고 있다. 제주에서만큼은 항공교통이 대중교통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 말은 제주도정이 도민을 위한 장기적인 항공교통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도민들의 항공기 이용이 늘어날수록, 도민 이용 중심의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목적 때문에 2005년 제주도와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을 설립했다. 그러나 제주도민의 이동 편의증진 등 공공적인 목적과 제주항공이 추구하는 이윤 창출이 부딪치면서 말뿐인 지역항공사가 됐다.

제주항공의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이익보다 제주도민의 이동권 확보를 주 사업으로 하는 항공사 설립도 유의미하다. 이미 2015년에 도민 중심의 항공사 설립이 시도된 적이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생소한 형태와 화물사업자들의 출자 보류 등으로 현재는 답보 상태이다.

이제 도정이 나서야 한다. 제주항공 설립 때처럼 그저 소규모 지분만 갖고 지역 항공사라고 내세우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도민 대다수가 이용하도록 공공의 이익에 중점을 둔 항공사 설립 또는 항공교통 정책 수립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항공사 설립이 어렵다면, 제주항공 설립 과정에서 논의됐던 ‘제주도민전용 특정항공기’ 정책도 고려해볼 만하다. 제주의 공기업이 도민의 수요에 맞게 항공기를 임대하여 제주도민에게 저렴하게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제2공항이 생기면 모든 항공교통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는 불충분하다. 오히려 원희룡 도정이 에어시티를 내세우면서 도민 이용 중심의 항공정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제주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곧 열릴 전망이다. 관광객이 늘어나지만, 정작 도민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무의미하다. 제주도정의 정책 우선순위는 관광객이 아니라 도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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