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첫 나라 ‘조선’ 역사상 여럿
맨 처음 것 부르는 이름 ‘고조선’
정식 국명인 것처럼 호칭은 잘못

사학계 철저하지 못한 고대사 인식
단군조선, 최초의 국가로 인정 당연
단군 ‘檀’ ‘壇’ 한자표기도 통일해야

 

우리 민족의 첫 나라는 ‘조선(朝鮮)’이다. 이때의 조선은 ‘단군조선’을 일컫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식 국명이 ‘고조선(古朝鮮)’인 줄로만 알아왔다. 초등(국민)학교나 중학교 역사시간에 확실하게 배우지 못했기 까닭에, 지금까지도 그렇게 여기고 있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터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조선이 여럿 있으므로, 맨 처음 세워진 조선을 ‘옛 고(古)’자를 넣어 고조선이라 부른다”고 분명하게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이성계가 세운 조선(근세조선)과 구별하기 위하여, 단군조선을 고조선이라고 부른다는 억지 주장이 그 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인 ‘조선’에 관한 내용은 고려시대 승려 일연(一然·1206~1289)이 펴낸 ‘삼국유사’에 나온다. 이 책 ‘고조선-왕검조선’ 조에는 단군왕검(王儉)이 세운 조선사(史)가 수록돼있다. 근세조선 건국(1392년)보다 무려 100여 년 앞서 쓰인 삼국유사에 이미 ‘고(古)조선’이라는 명칭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이럼에도 근세조선과 분별하려 했다는 얘기는, 전혀 사리에 맞지 않은 무지의 소치가 아닌가한다. 삼국유사에서의 ‘고조선’은, 그보다 훨씬 뒤에 나타난 ‘위만조선’과 구분하려는 의도에서 소(小)제목으로 쓰였을 뿐, 본문에는 ‘개 국호조선(開國號朝鮮)’이라고 명료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고조선’을 마치 정식 나라 이름인 것처럼 호칭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사학계의 철저하지 못한 고대사 인식에서 기인한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료에 입각하지 않고 왜곡된 지식을 맹목적으로 고집하거나, 정확한 사실(史實)을 후세에 물려주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특히 태조 이성계가 나라이름을 독자적으로 정하지 않은 채, 명나라 황제에게 의뢰하여 ‘조선’이라는 국호를 낙점 받았다는데 더욱 큰 원인이 있다 하겠다.

단군조선에 대해서는 단순한 ‘건국신화’냐 아니면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느냐는 점에서, 학자들 간에 이견(異見)이 있다. 여러 학설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단군이 건국했다는 10월 3일을 ‘개천절(開天節)’로 기념하고 있으며, 당시 건국이념이었던 것으로 전해오는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의 하나로 삼고 있다. 현실이 이럴진댄 비록 전문사학자들의 의견차가 있다하더라도, 단군조선을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다.

여기에 짚고 넘어야할 과제가 더 있다. 단군의 한자 표기에 관한 건(件)이다. 우리나라의 연호(年號)는 ‘서기’가 아닌 ‘단기’였다. 1948년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우리는 줄곧 단군기원(紀元)을 뜻하는 단기를 써왔다. 단기4281년 9월 25일, 제헌(制憲)국회가 단기를 공용연호로 하는 ‘연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단기는 명실 공히 대한민국의 기본 연호가 되었다. 한자로는 박달나무 단(檀)자를 써서 檀紀로 표기하였다. 따라서 단군도 ‘檀’君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단군을, 제단 단(壇)자 ‘壇’君으로 표기한 고문헌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즉 삼국유사에는 단군을 제단 단(壇)자, 壇君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거의 같은 시기에 엮어진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에는 박달나무 단(檀)자, 檀君으로 돼있다. 그래서인지 제왕운기 이후 문헌에서는 모두 박달나무 단(檀)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壇君·檀君 중, 어느 하나를 택하여 단일화해야 하지 않을까. 민족의 ‘새암(샘)’과 ‘뿌리’를 더욱 다지기위해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여 경축하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 민족의 표상인 그 ‘단군’을 동일한 글자로 확정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단군을 ‘국조(國祖)’와 ‘민족의 상징’으로 존숭(尊崇)하는 이상, 비록 음(音)은 같아서 별일이 없다손 치더라도 문자(文字)만은 통일해야 당연하다. 사가(史家), 학자, 전문인들의 몫으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크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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