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형화로 혜택 주변 주민들
영안실 확장엔 결사반대 이기주의 극심
시끄럽다고 헬기 착륙장도 못 짓게

이송 차질로 응급환자 사망 다반사
제주 중증외상센터도 문제 봉착 가능성
민·관 협력 ‘님비 현상’ 재현 막아야

 

님비(Not In My Back Yard), 내 뒷마당에서 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우리 동네에는 혐오시설이 들어오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님비는 혐오시설은 다른 곳에 짓고 내가 그 시설을 이용할 때는 다른 동네에서 하면 된다는 그야말로 극도의 지역·개인 이기주의 현상이다.

이러한 님비 현상이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내에 있는 모 대학병원은 현재 영안실 공사가 중단되어 있다. 주위에 아파트 신축에 따라 병원이 현대화되고 확장되어 기존 영안실로는 병원 내 사망자 처리가 어렵게 되었다. 이에 따라 병원 영안실 규모를 확장하게 되었는데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병원 주위에 조직적이고 대규모 선전물을 붙여 놓고 시위 등을 하는 바람에 병원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해당 병원이 현대화·대형화되면서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다른 지역 사람들보다 훨씬 양질의 의료혜택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좋다고 하면서 대형화에 따른 병원 내 사망자 처리는 못하게 하는 것이다. 만일 본인들 가족들이 병원에서 사망하였는데 영안실 자리가 없다고 하면 어찌할 것인가. 각종 민원을 제기 하는 것은 나중 문제라고 하더라고 병원 이용 주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할 것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영안실 확장을 결사반대하고 있고, 행정당국은 주민 눈치만 보고 있다.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의료계 님비 현상의 극단을 보게 되었다. 지난번 해경 한 분이 사고로 사망하였다. 환자가 너무 늦게 병원에 간 것이 사망의 한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병원에 늦게 간 이유가 응급헬기가 환자 근처에 착륙할 수 없어서였다는 것이다. 헬기로 인한 민원 발생 우려 때문이었다.

이국종 교수도 헬기 소음 때문에 아주대학교 외상센터 운영이 어렵다고 한다. 주위 주민들이 헬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내서 지자체로부터 강력한 제제를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중증 외상환자 사망자는 연간 10만 여명인데 그 중 1/3은 긴급이송이 가능하다면 살릴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골든아워는 1시간이다. 1시간 이내에 의사를 만나 처치를 하면 사는 것이고 이 시간을 넘기면 대다수가 사망하게 된다. 그러므로 빠른 이송이 응급환자 살리기에 중요하다는 것이 이국종 교수의 말이다. 그럼에도 환자가 응급 이송이 되지 못하여 사망하는 것은 한국만이 가지고 의료 님비 현상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지적하고 있다.

국가적 님비 의료 작태도 있다. 세월호 사건 때 이국종 교수를 태운 헬기만 사고 현장에 가 있었고, 다른 응급 헬기는 전부 비행장에 있었다고 한다. 이 교수 헬기만 세월호에 간 것은 이 교수가 정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유일한 의사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교수가 갈 때 아무도 헬기에 연료를 주지 않아서 산림청에 가서 주유를 하고 겨우 세월호 사고 현장에 갔다고 한다. 어린 생명이 촌각을 다투고 있는데 국가의 응급헬기들은 모두 가동을 멈추고 한 명이라도 더 살리겠다고 가는 유일한 응급 헬기에 연료를 주지 않는 국가가 진정한 국민을 위한 국가인가를 돌이켜 봐야 하는 시점이다.

제주도는 외래 관광객이 주민 수보다 많은 지역이다 관광이라는 특수 환경에서는 지역 지형지물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들이 사고를 당할 우려가 많다. 특히 제주도는 육지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환자의 헬기 이송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제주도에도 중증외상센터가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중증외상센터도 님비 현상 때문에 육지처럼 환자 이송이 잘 되지 않는다면 제2의 해경 사망 사건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개개인의 귀중한 생명이 달린 문제이다. 제주도만큼은 절대로 주민들에 의한, 정치가들에 의한, 그리고 국가에 의한 의료 님비 현상이 육지처럼 재현되어서는 안 된다. 제주에서는 ‘의료 남비’가 발을 붙일 수 없도록 민·관이 합심해 감시하여야 한다. 정치도 집값도 관광진흥도 제주도민의 생명과는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