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란 보통의 인간 경험을 벗어난 심리적인 외상(外傷) 사건 이후에 나타나는 불안 장애를 의미한다. 지난 10여년 간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로 갈등을 빚어온 강정마을 주민들이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제주도와 제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가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조사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라고 할 만 하다. 조사대상자의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군으로 나타났고, 12.8%는 우울증상군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의 약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3월15일부터 6월30일까지 만 20세 이상 강정주민 1918명 중 713명(남자 328명, 여자 385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인구·사회학적인 면을 비롯해 건강행태 및 정신건강(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 자살경향성)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졌다.

조사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건강이 ‘매우 좋음’ 또는 ‘좋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36.8%에 불과했다. 이는 지난해 제주지역사회건강조사 주관적 건강수준 인지율 46.6%보다 10% 가량 낮은 수준이며, 조사대상자 중 37.6%는 자신의 건강에 대해 항상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65.2%로, 2017년 국가 건강검진 수검률(78.6%)보다 훨씬 낮았다.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 강정주민들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말고도 가족 간 스트레스(25.2%)와 대인관계 스트레스(49.9%), 지역주민과의 갈등 또는 지역사회 불이익 경험(36.8%) 등을 겪고 있었다. 이에 반해 자살경향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주민들은 정신적·신체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마을공동체 회복 프로그램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찬·반 갈등으로 인해 마을공동체가 깨진 것이 주민들에겐 큰 상처로 남아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강정주민들의 건강지원 및 심리지원 사업을 실시하는 등 마을공동체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금도 ‘강정의 아픔’은 계속되고 있으며, 이는 우리사회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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