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해제 불구 中관광객 계속 줄어
내국인도 2001년 이후 첫 감소세
관광 부정인식 ‘오버투어리즘’ 심화

정부 ‘남북연계관광계획’엔 제주 없어
제주관광산업 혹한기 맞이할 수도
체질개선 등 제2의 도약위한 준비해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속담이 있다. 흔하던 것도 정작 필요할 때가 되어 찾으면 없다는 말이다. 요즘 제주관광을 보면 그 짝이 아닌가 싶다. 관광객 과잉이란 소리가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관광객 수가 줄어 제주관광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제주 방문 관광객은 2016년 1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로 돌아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1475만명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회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1~9월 관광객 수는 10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감소했다. 사드 보복이 풀렸음에도 중국인 관광객 부진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작년보다 17.6% 줄었고, 내국인도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306만 여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에는 74만 여명으로 급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사정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9월까지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 감소한 47만 여명에 그쳤다. 중국 관광객은 사드 보복 이전까지는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0년 40만 여명에서 6년 새 7배 이상 증가했다. 이때까지는 도내 곳곳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제주에서 ‘오버투어리즘’이 심화된 이면에는 중국인 관광객 영향이 크다. ‘시끄럽다’ ‘더럽다’ ‘질서를 안 지킨다’ ‘저가관광이라 돈이 안 된다’는 등 한 때는 제주사회 일각에서 중국인 관광객을 ‘개똥’(?) 취급했는데 막상 안 오니 관광업계에서 아쉬운 표정이 역력하다.

여기에다 국내 관광시장까지 침체 조짐을 보이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주관광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관광객이 감소세로 전환된 건 제주관광통계가 잡힌 2001년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지난 5월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내국인 관광객의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1%이던 감소율은 7월 5.7%, 8월 7.4%, 9월 9.6% 등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내국인 관광객 감소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로 인해 제주관광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도의회 이경용 의원은 지난 16일 원희룡 지사를 상대로 한 도정질문에서 “최근 제주관광이 위기라는 심상치 않은 목소리들이 전해지고 있다”며 “입도관광객 수치에서부터 관광사업체의 경영난, 관광에 대한 도민들의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해결과제가 첩첩산중”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그는 “여름여행 계획조사에서 제주는 라이벌인 강원도에 비해 줄곧 10% 이상 앞서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역전 당했다”며 “관광의 질적성장을 강조하는 지금도 실제 관련 지표들은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남북 연계관광에 대해서도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H벨트에 제주는 빠져 있다”며 “DMZ벨트는 제주가 강점인 생태관광을, 동해안벨트는 제주 크루즈관광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현재의 제주관광이 위기냐 아니냐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일종의 조정기로도 볼 수 있다. 무릇 산업 조정기에는 경제주체들이 후유증을 겪게 마련이다. 최근 제주 관광산업의 고속 성장은 무엇보다 중국인 관광객 덕분이다. 중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숙박 등 관광시설에 투자가 많았던 만큼 향후 관련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순환처럼 관광산업에도 기복이 있다. 뜨거운 여름이 끝없이 계속되지 않는다. 결국 가을이 와 여름 열기를 식힌다. 이어 한기 가득한 겨울이 찾아올 수도 있다. 제주관광은 이제 가을철에 접어든 형국이다. 국내 경기상황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에 대비한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 겨울을 슬기롭게 보내고, 봄이 왔을 때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제주관광 제2의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할 때다. 외국인을 포함해 관광객 수용태세를 점검하고, 차별화된 관광상품도 발굴해야 한다. 제주관광 체질개선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제주관광의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도 있다. 그것은 당국과 업계가 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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