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통계에 의하면 제주지역은 인구 10만 명 당 가정폭력 신고건수가 37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3번째 높은 것으로, 그만큼 제주사회가 속으로 병들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올해 발생한 가정폭력 사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가정폭력 발생 원인의 19%는 ‘음주’에 의한 것이었다. 가해자의 47%가 음주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이혼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가정폭력 발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였다.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 10명 중 6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폭력을 감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신고를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꼽은 것은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가정폭력에 얼마나 둔감했었는지 말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가정폭력 문제에 여성가족부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27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관계부처 합동 ‘가정폭력 방지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가해자를 즉시 체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상습적이거나 흉기를 사용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을 어기면 징역형까지 받게끔 처벌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어떻게 가동되고 있는지 등 전반적인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가정폭력은 상대방의 인격을 파괴함과 동시에 가족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회 전체의 손실이며, 우리의 미래마저 암울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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