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0년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日沒制)에 대비해 제주도가 지방채 발행을 통한 미집행 시설부지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사업 선정 과정에서 읍·면 지역은 배제되는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며 말들이 많다.

28일 열린 제주도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심사에서도 이 문제가 집중 부각됐다. 강연호 의원(표선면)은 “내년 지방채 발행으로 마련한 1500억원을 도시공원과 도시계획도로 32개 사업부지 매입에 사용하는데 읍·면 지역은 전무하다”며 “지방채 상환 부담은 도민 전체가 지는데 사업 혜택이 도심 지역에만 돌아가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사업대상 선정 과정에서도 지역주민이나 토지주의 의향은 철저히 무시됐다고 한다. 도와 행정시 공무원들이 자체 TF팀을 만들어 사업 필요성을 중심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 대상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토지보상 협의 등과 관련 난항이 예고되는 이유다.

이와 함께 지방채 발행이 과연 적절했었는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용범 의원(서귀포시 정방·중앙·천지동)은 “제주도의 예산 미집행액과 이월액이 상당히 높은 편인데, 사전에 도의회와 협의했으면 이런 재원을 활용해 지방채를 발행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5년 간 지방채를 발행하는데 미집행 예산 등을 고려하면서 외부 차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관련 예산의 95%는 급하지도 않은 ‘도로 건설’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도내 상당수 도시공원들이 사라지거나 현재의 공원 형태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일몰제의 유예기간(2020년 7월1일)을 역대 지방정부가 익히 알면서도 그 누구도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가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땅주인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지난 1999년이었다. 그런데도 역대 제주도정은 ‘나 몰라라’하면서 다음 도정으로 책임을 떠넘긴 채 수수방관해왔다. 일몰제 기한은 내후년 7월로, 불과 1년 8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그 모든 책임은 원희룡 도정이 지게 됐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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