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만들기] 다문화교육 10년, 새 방향 찾기(2)

   
 
 
제주국제교육정보원 제주다문화교육센터의 ‘노둣돌 다문화 예비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어 강사가 도내 모 초등학교를 방문해 우리말이 서툰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제주다문화교육센터 제공.  
 
 
 

사람·물자·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 제주에는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을까. 지난해 도내 외국인주민은 2만5646명. 전체 인구의 자그마치 4.0%를 차지했다. 제주에서는 매해 2500명~4000명씩 외국인주민이 늘고 있다. 이는 다문화 배경을 지닌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이면서, 이들에 대한 특화된 교육 모델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2012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교육기관을 설립한 제주는 그동안 어떤 교육을 해왔을까.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흐름과 함께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언어, 외모, 문화…위기에 노출된 아이들

다문화가정 가운데 제주지역에 가장 많은 국제결혼가정 자녀들은,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아기에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 어머니의 교육 하에서 성장하면서 언어발달과 의사소통에 제한을 받는다.

일부 아이들의 경우 한국어와 어머니 나라의 언어를 모두 구사하며 한국인 가정 자녀들보다 더 경쟁력 있는 상황에 있기도 하지만, 또다른 일부에서는 언어 상호작용의 부족이 아동 언어발달에 일정한 영향을 미쳐 입학 후에는 학습능력 부진으로 이어진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다문화 아이들이 겪는 정체성 문제는, 다문화교육의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다문화가정 자녀에게만 적응을 강조하는 방식은 자신의 존재 근거를 상실케 해 자존감을 낮춘다. 때문에 외국인 부모 나라의 정체성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깊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외모나 언어, 학습 등 능력에 기인한 따돌림에서 한층 가중된 차별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문화이해교육이 일반화되고 외국인 문화를 공유하는 축제가 많아지면서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한국인과 외모의 이질성이 큰 아이들의 경우 여전히 또래집단 및 사회 융화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하던 중 추락한 것으로 알려진 중학생이 러시아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 자녀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차별과 따돌림, 폭행 등에 노출되어 온 배경이 파악되면서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폭력 노출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결정된 요인에 의한 따돌림은 본인의 행위에 따른 따돌림보다 더 큰 정서적 충격을 안긴다고 말한다.

▲더 큰 어려움을 가진 아이들

특히 타국에서 태어나 자라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중도입국청소년과 외국인가정자녀는 국내에서 태어난 다문화학생에 비해 적응에 어려움이 크다. 

한 논문의 조사를 보면, 중도입국청소년의 한국 입국후 겪는 어려움은 △언어(27.2%) △경제적 어려움(11.9%) △체류자격 문제(10.4%)가 49.5%로 절반을 차지한 가운데 △부모와의 관계 약화(7.9%) △취업 5.9% △미래에 대한 불안(5.4%) △친구가 없는 외로움(4.0%) △외국인에 대한 차별(3.0%) △우울, 좌절, 불안(3.0%) 등 정서적 어려움도 3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중도입국청소년이 겪는 어려움은 유형이 다양한 특징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가정 해체로 인한 내적 상처 외에도 한국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소통의 어려움과 학업 스트레스, 또래집단과의 갈등에 시달린다.

모호한 법적 지위는 중도입국청소년의 삶의 질을 크게 위협하기도 한다. 

중도입국자녀는 성년인 경우 일반귀화나 간이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고, 미성년인 경우 대한민국 국적자인 부 또는 모에 입양되거나, 외국인인 부 또는 모의 국적취득에 따른 수반 취득 방식만 가능하다.

하지만 입국 후 일정시간이 지나야 국적 취득 자격이 생기고, 원국적을 포기해야 할 경우 원국에 있는 법적 부모의 동의(한국에 있는 부모와 이혼한)를 받는 과정이 어려운 등 문제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만 19세가 될 때까지 국적을 얻지 못 하면 취업 등 여러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영주권자는 애초 취업 지원 자격이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필요한 직업 교육에서도 영주권자는 배제되기 때문이다.

재한 외국인처우기본법이나 다문화가족지원법이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의료지원을 명시하고 있지만, 이 법은 합법적인 체류자나 국제결혼가정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일부 중도입국청소년이나 미등록 외국인 근로자 자녀들은 소외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엔 아동 권리 국제협약에 따라 한국에 들어온 학령기 아동은 바로 학교에 다니도록 하고 있는데, 이 같은 방식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연령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언어 등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아이들에겐 입국 초기부터 학교 적응의 큰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관계자들은 중도입국청소년들이 정규학교과정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에 대안학교나 예비학교에서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승인된 대안학교는 전국에서도 몇 곳 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여성가족부는 중도입국 다문화 청소년들의 초기 한국 사회적응 지원을 위해 이주배경청소년 지원재단 무지개청소년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비형식적 교육방식으로 이주배경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을 돕는다. 2018년 3월 현재 전국에 24곳이 있고, 제주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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