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사업 ‘지사 결정장애’ 논란 
근본적으론 행정시스템에 내재된 문제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도민 불신 자초

 
공론화 등 일처리도 체계적이지 않아 
국제화 따른 투자로드맵 있기나 한지 
제주 투자자 ‘꿩 먹고 알 먹고’ 없어야 

 

2006년 특별자치도 체제 이후 역대 도지사들은 취임과 더불어 자신의 비전과 개발 방향 을 담은 소위 ‘제주개발론’을 주창했다. 물론 이런 형태의 환상적인 ‘제주개발론’은 그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반복적으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개발행정의 계속성 유지는 크게 문제되지 않있다. 
현 원희룡 제주도정 또한 민선6기 도지사에 취임하자 거액의 용역비를 들여 임기 중 어떻게 제주를 살찌우고 풍요롭게 할 대안들로 가득 채운 이른바 ‘제주미래비전계획’을 수립하여 발표했었다. 물론 지난 임기 중 어느 하나 제대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 도의회 도정질문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 도의원이 도지사가 ‘결정장애’에 빠졌다는 뉘앙스(nuance)의 질타로 도민적 관심을 모았다. 그는 “그동안 도지사가 행정체제 개편,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버스중앙차로 확대, 비자림로 확장, 녹지국제병원 등을 호기롭게 제안했으나 어느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하다. 그럼에도 도지사가 결정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항간에서는 결정 콤플렉스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다.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반드시 도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밀어 붙이고 나가는 게 도지사의 결단력이다. 모든 것을 보류하면 갈등만 생긴다.”면서 그간의 원 지사 업무행태를 비판했다.
이에 원 지사는 “도민 사회에 찬반의견 대립과 이해관계의 갈등 때문에 모든 사안을 하나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고민의 과정을 겪고 있다. 하나하나 정리해 가는 중이다.”라고 도식적인 답변만 했다.
필자 또한 그동안 간접적이나마 도정의 업무행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어서인지 그 질타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양쪽 다 옳은 질의와 정확한 답변을 했다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관점에 따라서는 달리 말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동안 우연찮게 필자 입장에서 위의 사례들에 대한 문제를 한번 이상 짚어본 지역 언론기고 칼럼들을 집필한 경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질의한 도의원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고, 도지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답변할 수도 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도지사 개인의 결정 장애의 문제라기보다는 몇 가지 점에서 관계행정시스템에 내재된 문제로 보고 싶다.
첫째, 신뢰받는 관계행정시스템, 즉 체계적으로 작동하고 전문적 일처리로 도민의 신뢰를 받는 관계행정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행정은 도민 이익보다는 도지사 등의 입장을 우선하려 하며 수동적으로 만만디(慢慢的)로 대처하기 일쑤다. 이들은 토론을 즐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자를 통한 설득과 중재를 통한 타협적 일처리보다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 도민이 죽고 사는 것은 둘째인 듯 처신한다.
둘째, 행정의 일처리가 체계적이지 않다. 사안의 중대성이나 그 파장보다는 공론화를 생략한 채 윗선 등의 의지를 추종하여 개발사업을 서두르는 경향이 짙다. 앞뒤·전후·좌우를 돌아다보는 것을 이들은 시간낭비라고 우겨대기도 한다. 공론화의 장을 무시한다.
셋째, 행정은 일처리 로드맵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제주지역 주요 투자대상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일본·중국·싱가포르 등의 체계적인 외자투자유치 절차를 생각하면서 국제화를 지향해야 할 제주에서 투자절차에 따른 혼란 또는 논란을 보노라면 투자로드맵은 있기나 하고, 상시 작동하고 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 더욱 한심스런 것은 투자유치와 관련하여 무엇을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옳은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상황인 듯하다.
생각건대 제주에의 외부투자는 필요한 만큼 이뤄져서 제주를 풍요롭게 만들어 내는 것 제주행정의 본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그 본분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움을 더한다. 보기에는 가장 국제화되고 체계적인 투자유치정책을 펴야할 제주행정이 역설적으로 스스로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 제주에 투자만 성사되면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이 다반사(茶飯事)라는 풍문이 헛소문이길 바란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