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하는 행정체제 개편안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의회가 없는 행장시장 직선제는 타당성과 현실성이 없고, 유일한 대안은 기초지방자치단체 부활”이라는 주장이다. 이 문제는 지난달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원희룡 도정 행정체제 개편방안 긴급점검 토론회’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됐다.
이날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현행 2개 행정시를 4개로 늘리고 행정시장을 직선제로 선출하는 방안은 새로운 혼란과 갈등만 초래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도 기초지방자치단체 폐지가 행정의 민주성 및 주민참여 약화, 지역 간 불균형 발생,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인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부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공동대표는 “행정시장을 직선으로 뽑느냐 아니냐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며, 지방의회를 둘 수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부활해야만 실질적으로 기초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의미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지방의회가 없는 상태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강화된 직선시장을 두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반한다는 주장을 폈다.
토론에 나선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도 “제주도의 광역자치단층화 실험은 실패했고, 낡아빠진 행정체제 개편안은 도민 정책 수요가 아니라 정치 공학에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며 새로운 자치공간으로서의 읍면동을 제안했다. 신훈민 변호사 또한 “의회 없는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는 상상하기 어렵다”며 재논의를 촉구하기도 했다.
행정시장 직선제 추진은 도행정체제개편위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행개위는 행정시장 직선제를 비롯해 행정시 4개권역 재조정(제주시, 서귀포시, 동제주시, 서제주시)과 행정시장 정당공천 배제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제주도에 제출한 바 있다. 도는 12월 도의회 제출을 목표로 행정시장 직선제 등을 추진해왔으나 뜻밖의 암초를 만나게 됐다.
그러나 제주도 역시 행정시장 직선제와 행정시 권역조정은 도민들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어 절충점은 남아 있는 셈이다. 과연 이 문제가 어떤 결론으로 도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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