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교육청 주최 2018 제주교육심포지엄서
폴 케르스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 제기

학교 현장의 민주시민교육과 관련, 교사들이 정치쟁점에 대해 입장을 가지지 않는 ‘정치적 중립성’이 오히려 학생들의 민주시민 의식을 키우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교육감 이석문)은 제주4·3 70주년을 맞아 11월30일부터 12월1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평화·인권·민주시민교육’을 주제로 2018 제주교육국제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독일마인츠대학 폴 케르스틴(Pohl Kers tin) 정치학 교수는 ‘보이텔스바흐합의와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주제 강연에서 교사의‘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교사가 정치에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이텔스바흐합의는 독일 통일 이전인 1976년 학생들의 올바른 정치교육을 위해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는 서독의 정치교육학자들이 합의해 채택한 일종의 수업지침으로 현재까지도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보이텔스바흐합의에는 △주입식 교육 금지 원칙 △논쟁성 재현 원칙 △이해관계 인지 및 학생 중심 원칙이 담겨 있다.

케르스틴 교수는 “어떤 학생이 논쟁을 하면서 비민주적 태도를 보인다면 교사는 어떤 것이 문제이고 무엇이 옳은 태도인지 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가치 판단에 대해 의사 표명없이 넘어간다면 이 같은 ‘정치적 중립성’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잘못된 인식을 주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케르스틴 교수는 “언제나 교사의 입장이 무의식적으로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며 이성적으로 볼 때 교사가 정치에 적극 개입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학생들이 교사 입장과 비교하며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폴 케르스틴 교수에 따르면 보이텔스바흐합의 중 ‘주입식 교육 금지 원칙’은 바람직한 의견이라도 학생에게 강제 주입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원칙을 말한다. 학생의 독자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논쟁성 재현 원칙’은 사회적 갈등을 교실공간에서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그는 이 때 “논쟁을 하면서 국민 주권, 3권 분립 등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와 핵심 가치를 반드시 이해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관계 인지 및 학생 중심 원칙’은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자신의 최종적 결론을 드러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와함께 케르스틴 교수는 “학생 중심의 대의 민주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학생 스스로 중재자가 되고, 분쟁 조정 절차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프로젝트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프랑스 파리 미국대학원 더글라스 예이츠 교수가 ‘4·3과 남북 평화통일의 의의’에 대해 기조 강연했다. 또, 평화·인권·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세 개 분야의 주제발표와 토론, 교사와 학생이 함께 참여하는 인권토크쇼, 4·3 학교현장 사례발표 등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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