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 만에 첫 정권교체가 이뤄진 말레이시아에서 다수인종인 말레이계와 여타 민족집단 간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3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야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과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은 현지 이슬람 단체 등과 함께 이달 8일 쿠알라룸푸르 시내 므르데카 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주최 측은 이번 집회가 수십만명이 참가하는 대형 행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정부·여당이 인종이나 피부색, 가문, 민족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ICERD)을 비준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의 다수(61.7%)를 차지하는 말레이계와 원주민은 ICERD에 가입할 경우 '부미푸트라'로 불리는 말레이계 우대정책이 폐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말레이시아는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말레이계에 대입정원 할당과 정부 조달 계약상 혜택 등 특혜를 줘 왔다.

이런 정책은 빈곤에 허덕이던 말레이계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극적으로 향상했으나, 민족별 격차가 완화된 뒤에도 계속 유지돼 중국계(20.8%)와 인도계(6.2%) 등에 대한 차별 정책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이끄는 말레이 정부는 논란이 커지자 ICERD를 비준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주최 측과 야권은 행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올해 5월 총선에서 승리해 집권한 여당연합 희망연대(PH)가 말레이계 우대정책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여온 데 대한 말레이계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당 지도부의 부패 의혹 등 악재에 시달리다 야당으로 전락한 UMNO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전통적 지지층인 말레이계를 재결집하려 하고 있다.

현 여권의 실질적 지도자인 안와르 이브라힘 인민정의당(PKR) 총재는 전날 기자들을 만나 "현재 인종 갈등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ICERD를 비준하지 않는다는 정부 방침이 확고한 만큼 "그들이 집회를 강행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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