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가’ 거세지는 후폭풍
녹지도 ‘내국인 제한’ 불복
道 “조건 위반시 허가 취소” 강경

‘공론화 결정 수용→ 번복’ 치명타
원 지사, 友軍 없이 ‘고립무원’
정치적 시험대 올라… 귀추 주목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와 관련 원희룡 제주지사에 대한 파상 공세가 잇따르고 있다. 도내외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난 6일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제주도청 지사 집무실을 방문 항의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비판 및 비난의 초점은 대략 두 갈래다. 지방선거 이후 최근까지도 공론화(公論化)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밝혀온 원 지사가 갑자기 입장을 철회한데 대한 도덕적·정치적 책임. 그리고 조건부 허가 이후 뒤따를지도 모를 내국인 진료 허용에 대한 법적공방 등 현실적인 우려가 핵심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허가가 발표된 날 성명을 통해 “녹지국제병원 개원은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 의료비부담 감소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현 정부의 지향에도 역행(逆行)하는 행보란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제주도의원들도 비난 대열에 가세하고 나섰다. 정민구 의원(삼도1·2동)은 “원 지사가 공론화를 통해 입장을 결정짓겠다고 했고, 도민 여론은 반대로 나타났는데도 지사는 조건부 허가를 결정했다”며 “자기정치에 제주를 이용하지 말라”고 성토했다. 임상필 의원은 공론화 결정을 번복한 지사에 빗대 ‘시민원탁회의’를 추진하는 고희범 제주시장의 소통 행보를 문제 삼았다.

도내 30개 시민단체·정당으로 구성된 ‘제주도민운동본부’도 “원희룡 지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하거나 도지사 자리에서 떠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영리병원 허용은 대한민국 공공의료체계를 흔드는 시발점(始發點)이 된 것이 분명하다”며 “원 지사가 ‘도민은 버리고 중국자본과 함께 가겠다’는 것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는 윤소하 국회의원(정의당)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첫 영리병원 개원 허가를 규탄했다. 이들은 “원 지사는 외국인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했지만 제주특별법이 외국인 대상 병원을 특정하고 있지 않고, 영리병원에서의 내국인 진료를 금지할 법률적 근거가 없어 제한적 허용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곧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녹지병원 측이 ‘내국인 진료제한’에 불복(不服)할 움직임을 보이며 법적 대응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 같은 녹지 측의 이의 제기에 제주도는 지난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당시 사업계획서에 명시했던 ‘외국인 의료관광객 대상 의료서비스 제공’에 한정해 조건부 개설 허가(내국인 진료 제한)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이번 개설 허가와 관련한 대부분의 우려는 ‘의료 공공성 침해’라는 점을 제주도 또한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이를 훼손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조건부 개설 허가 위반 시 취소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도의 주장과 다짐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의 여론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공론화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가 돌연 번복한 것이다. “지방선거 전 공론조사로 영리병원 개설에 대한 비난을 피한 뒤, 선거가 끝나자 민주적인 절차와 도민 의견까지 무시하고 개설 허가를 한 것은 도민을 기만한 행위”라는 비판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원희룡 지사는 현재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상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적을 이탈함으로써 자신을 적극 지지해줄 우군(友軍)도 없다. 지역경제를 비롯 외국자본에 대한 행정 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저하, 한·중 외교문제 비화 및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등을 거론하며 ‘어쩔 수 없는 고육책(苦肉策)’이었음을 절절하게 토로했지만 ‘공론화 결정 수용→번복’에 파묻혀 버렸다.

지금 원희룡 지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나름대로는 ‘고뇌에 찬 결단’이었을지 몰라도 이를 바라보는 여론은 냉랭하다. 그것이 영리병원 반대론자들의 주장에 설득·세뇌 당했는지의 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그렇다. 이제 남은 것은 전방위적인 공세로 이어지는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느냐다. 원 지사가 과거와는 다른 혹독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영리병원이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시켜 의료비를 폭등케 하고, 부자와 서민층 간 의료 양극화만 더욱 심화시킨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과연 사실인가.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