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10년, 새 방향 찾기]
<5> 다문화교육의 흐름

▲ 지난 달 4일 메종글래드 제주 제이드홀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제주매일·한미친선문화교류협회K.A.Y.A 주관 ‘다문화가족 청소년기 자녀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청소년 글로벌 리더과정’ 행사에서 국가별 전통의상패션쇼가 열리고 있다. 제주매일 자료사진

다중언어장려 등 ‘결핍 해소’보다 ‘강점 강화’ 정책 무게
다문화학생 밀집학교에는 교사·상담사 추가 배정 
전근 우선권으로 교사 다문화 수용력 지속 시스템 주문

 
사람·물자·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 지난해 도내 거주외국인은 2만5646명으로 총 제주 인구의 4.0%를 차지했다. 2016년 2만2102명에서 한 해만에 3544명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주배경 학생 증가라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특화된 다문화 교육 모델의 필요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2012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교육기관을 설립한 제주는, 다문화교육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지난 10년간 어떤 교육을 진행해 해왔을까.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흐름까지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다문화교육 10년, 현장의 변화

우리나라 교육현장에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로 파악된다.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근로자 수가 증가하며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정부의 다문화정책은 ‘결혼 이미자 초기 정착’에 초점 맞춰졌다. 그러나 다문화교육이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어서면서 이들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학령기 인구로 성장함에 따라 이제는 정부의 다문화정책도 ‘자녀 지원’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조기 진입’이 중요해지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어릴수록 인식개선과 언어 교육의 효과가 높게 나타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다문화 이해교육과 다문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적응교육 적용 시기가 저연령화되고 있다. 교육부 역시 문화이해, 협력 등 다문화 교육요소를 교육활동에 접목하는 ‘다문화 유치원’을 지난해 60개원에서 올해 122곳으로 대폭 확대했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교사들의 다문화역량 강화 작업도 예비교사 단계부터로 넓혀가고 있다. 

△교육 대상 구체화의 노력들

다문화교육의 흐름과 관련해 최근 눈에 띄는 또 다른 현상은, 교육의 목표와 대상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두루뭉술한 이벤트성 다문화 축제를 지양하고, 교사나 다문화가정의 아버지 등 특정 그룹을 겨냥한 목표 지향적 프로그램이 강화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지원에 있어서도 국내출생 학생과 해외출생 학생 등 이주배경에 따라 지원정책을 구분하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예컨대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어느날 갑자기 한국(제주)으로 들어온 중도입국자녀 등의 그룹에 대해서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프로그램이 종합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종합적이라는 것은 한국어, 한국문화, 보충학습 지도, 진로·직업 교육 등 한 아이가 학교생활을 영위하면서 필요한 전방위적 도움을 뜻한다. 반면 국내출생 이주배경 학생에 대해서는 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보다는, 비이주배경 학생들과 함께 하는 모두를 위한 다문화교육이 강조되고 있다.

△약점이 아닌 강점으로

더불어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이중언어를 활용해 언어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시행한 ‘다문화학생 밀집지역의 교육력 제고를 위한 정책 연구’는 이주민들이 많은 학교에 대해 교육과정 운영 상의 특성화 기회를 제안한다.

전문가들은 ‘결핍 해소’보다 ‘강점 강화’에 초점을 두고, 이주배경 학생의 문화적 자산을 적극 활용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것을 권한다. 잘 만들어진 특성화 프로그램은 이주배경 학생은 물론 비이주배경 학생의 교육 경험까지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육감이 일정 범위 내에서 지역의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 기준과 내용을 정할 수 있다(23조)고 명시하고 있다. 제주 만의 특별한 다문화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적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교육행정의 실무적 노력

다문화교육 강화를 위해서는 교육행정 차원의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우선, 이주배경 학생 밀집도가 높은 학교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인적 자원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통상 이주민 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비이주배경 학생의 교육력도 취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교사의 피로도가 가중될 우려가 크다. 일반교사 추가 배치를 통해 교사-학생 비율을 높이고, 다문화교육 보조인력와 학생상담사, 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학교와 학생·학부모 간 소통을 도와야 한다.

이주배경학생 밀집학교 근무 교사에 대해서는 의무근무기간 후 다문화정책학교로의 전근에 우선권을 줌으로서 다문화교육 전문성이 지속적으로 계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2015개정교육과정은 총론에서 ‘다문화교육은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모든 교과에서 다루어져야 할 범교과 학습주제’로 명시하고 있다. 또 ‘범교과학습주제는 교과, 창의적체험활동 등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다문화교육이 모든 학생을 위한 범교과 학습 주제로서 충실하게 다뤄지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교사가 높은 수준의 다문화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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