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10년, 새 방향 찾기]
<6> 외국의 다문화교육-프랑스

▲ St. Patrick Catholic Elementary School 교실에서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아이들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문정임 기자

소외구역(ZEP) 지원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
일부 대학서 ZEP 특별전형선발도 

사람·물자·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 지난해 도내 거주외국인은 2만5646명으로 총 제주 인구의 4.0%를 차지했다. 2016년 2만2102명에서 한 해만에 3544명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주배경 학생 증가라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특화된 다문화 교육 모델의 필요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2012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교육기관을 설립한 제주는, 다문화교육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지난 10년간 어떤 교육을 진행해 해왔을까.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흐름까지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프랑스 국민으로”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정부 차원의 다문화교육지원을 시작했다. 다문화인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정부는 다양한 다문화교육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문화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인식은 여전히 낮고 다문화학생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보다 먼저 다문화사회를 경험한 일부 국가에서는 ‘사회 통합’이나 ‘국가 경쟁력 강화’의 의미 있는 일환으로서 다문화인구 수용정책을 펴고 있다. 이 가운데 프랑스는 동화주의의 입장에서 다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종교와 문화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기보다, 공화주의 원칙에 근거한 평등한 개인을 육성하는데 초점을 둔다. 이후 언급할 캐나다가 다문화주의로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식이라면, 프랑스는 단일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문화교육임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각각의 장·단점은 우리나라에 여러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는 소수 이민자를 분리해 특별한 정책을 펴기보다, 적극적인 동화 정책을 통해 사회 통합을 추구해왔다. 프랑스의 다문화교육은 세계시민을 길러내는 것을 목표로, 외국 이주민들의 문화적 고유성을 인정하지 않고 주류 사회로의 완전한 흡수를 강조한다. 이는 프랑스 국민들이 무의식적으로 국가는 하나의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는 공화주의 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프랑스는 1차,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이주민을 수용했다. 때문에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알제리, 모로코 출신 비중이 매우 높다.

2008년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회통합정책을 전담하는 ‘이민·국가정체성부’를 신설해 각기 다른 정부부처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진행해 온 이민정책을 통합했다. 프랑스는 우리와 달리, 다문화정책이 아닌 소외된 인구의 통합을 위한 포괄적인 도시정책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그 안에서 이민자가 혜택을 받는다. 교육에 관한 정책 역시 소외학생에 대한 지원의 틀 속에 이민자 가정 자녀들이 포함되는 방식이다.

▲ 캐나다 토론토 마캄지역에 있는 St. Patrick Catholic Elementary School 교무실의 출입문. 다양한 언어로 이 곳이 교무실임을 알리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문정임 기자

△지역중심 지원, ZEP

대표적으로 우선교육지구를 뜻하는 ZEP(Zone d‘education prioritaire)이 있다. ‘덜 가진 자들에게 더 준다’는 슬로건으로 프랑스 정부가 교육활성화를 위해 처음 시행한 교육정책이다. 개인보다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이다. 학생들의 학업 상태,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 실업률, 외국인 비율 등을 토대로 대상 지역을 선정한다. 이 지역 교사에게는 특수근무수당을 지급하고, 학교에 대해서도 일반학교보다 10~15% 많은 지원과 재정 사용의 자율성을 준다. ZEP 자체가 다문화교육정책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선정기준에 외국인 관련 항목이 있고, 적지 않은 이주민 가정이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다문화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ZEP 구역의 학교들은 학생들의 읽기와 독서능력 향상에 중점에 둔다. 프랑스 사용 능력이 이들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ZEP 구역의 학교들의 경우 학업능력은 그다지 향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교사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이 효과를 내지 못 했거나 가정 자체의 학생에 대한 학업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프랑스 일부 대학은 ZEP 출신 학생을 특별 선발하는데, 파리 정경대학의 경우 입학정원의 10%를 ZEP 출신에 열어둔다.

△유연한 교육과정, 교사의 역할 강화

더 직접적인 지원 기관으로 2002년 만들어진 카스나브(CASNAV, Centre Academiques pour la Scolarisation des Nouveaux Arrivants et des enfants du Voyage)가 있다. 카스나브는 프랑스에 새롭게 정착한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기 위한 기관으로 교육적, 인적 지원과 함께 가족들의 협력 및 중계 역할을 맡고 있다. 교사 심화연수와 교수법 연구, 다중언어에 대한 연구, 비프랑스어권 학생들을 위한 교과서, 교과용 지침서 등을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프랑스는 입국하는 모든 이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프랑스어, 모국어, 여러 분야의 경험 등 전체적인 학습수준을 측정해 결과에 따라 학교와 특별학급을 배정한다. 학생들은 배정 후 한 달 이내에 학교에 등록해야 한다. 고국에서 취학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미취학아동적응반에서, 취학 아동들은 일반적응반에서 수준별 교육을 받는다. 일반적응반 학생들은 2살 범위 내에서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과목의 경우 정규학급에도 동시에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빠른 적응을 돕기 위한 조치다. 최대 1년 후에는 특별학급 학생들도 정규학급에 통합되지만 프랑스어 등에서 어려움이 있을 경우 언제든 특별학급으로 도움을 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프랑스 다문화교육의 핵심은 교사의 다문화감수성 교육 강화에 있다고 전해진다. 교사 스스로도 편견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이들의 평등지수를 높이고 일상 속 차별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다문화사회에서 교사는 단순히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학교 밖 상황을 근거로 비판적 시각도 전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교육과정이 여전히 민족중심주의적 경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도 교사들의 인식 변화는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견인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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