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거주 외국인 2만5646명
다문화사회 대세 속 갈등 요소
이주배경 학생 소외 등 문제

제주 다문화교육 선도 지역
들여다보면 부족한 점도 많아
출발선 공정하게 맞춤형 지원책

 

얼마 전 MBC ‘나혼자 산다’를 보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프로그램에서 즐겁게 봐왔던 헨리가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모습에서 어린 시절 이민 간 재외동포 쯤으로 생각했었는데 알고 본즉 그는 홍콩계 아버지와 대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캐나다 국적의 사람이었다. 한국과는 전혀 혈연적 연결고리가 없었다. 한국인의 일상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든 듯 보였던 저 친구가 외국인이라니, 그런 외국인에게 이질감 없이 웃음을 내어주었던 내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미 TV조선 ‘아내의 맛’을 보며 함소원의 중국인 시부모에게도 많은 웃음과 신뢰를 보내고 있다. 털털하고 배포가 큰 시모는 마음씨 좋은 큰 언니 같고, 장난기 가득한 시부의 눈웃음은 볼수록 선하게 느껴진다. 그들로 인해 중국의 일상과 문화에 호감이 생길 정도다.

돌이켜보면 나는 베트남 쌀국수를 꽤나 좋아한다. 다문화축제에서는 몽골, 우즈베키스탄, 중국의 만두를 먹으며 아시아의 공통점을 뼈저리게 느낀 적도 있었다. 육지 이주민에게조차 조금의 경계심 정도는 갖는 내가 이렇게나 타국인에게 친근감을 느끼다니. 머리로는 언어나 국경의 차이를 심지 굳게 가르면서도 정서적으로는 무장해제하고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통계를 보니 그동안 제주에 외국인이 많이 늘었다. 지난해 도내 거주 외국인은 2만5646명. 총 인구의 4.0%. 2007년 4015명에서 10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했다. 제주는 지난해 외국인주민이 가장 많이 늘어난 지역이기도 하다. 한국 국적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가 가장 많고, 결혼이민자가 뒤를 잇는다.

그런데 이들 통계 속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숫자가 있다. 154. 바로 중도입국학생들의 숫자다. 다른 나라에서 태어나 성장하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들어온 아이들이다. 부모의 재혼(통상 엄마가 외국인 새 아버지와)으로 이주가 결정된 만큼 보통의 다문화 청소년들이 겪는 어려움 외에도 가정에서부터 깊은 갈등 요소를 지닌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과는 또 다른 경우다. 타국에서 성장했으므로 한국어 사용이 원활치 않아 도움을 요청하기도, 도움을 받기도 수월치 않다. 각종 정책 토론회에서 현장 관계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는 그룹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다문화 학생을 하나로 묶기보다, 국내출생 학생과 국외출생 학생을 구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도입국학생이 아니더라도 이주배경을 가진 아이들은 각종 정보 접근에서 소외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거나, 부모의 이혼 등으로 2차적인 난관 속에 청소년기를 보낼 수 있다. 지난해 도내 다문화가정 부부 160쌍이 이혼했다. 이들이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고 가정하면, 지난 한해에만 320명의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을 겪은 셈이 된다. 10년이면 3200명이다.

제주는 2012년 다문화교육의 허브기관을 전국 최초로 개설하는 등 2007년 이후 선도적으로 다문화교육을 시행하는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제주의 다문화교육이 정책이란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문화학생 하나하나에게 실질적인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헨리는 음악적 재능과 예능적 감각, 탁월한 언어 능력을 토대로 한국 안방에서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다문화가정 자녀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처럼 특별한 재능으로 자신을 드러내 보일 수 있을까.

제주가 개방성을 기치로 도시에 활력과 부를 끌어 모으겠다는 국제자유도시가 맞다면 다문화교육 역시 전국에서 선도적인 모양새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다문화교육은 목표부터 달라야 한다. 주 몇 회 한국어 교육에 몇 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는 가가 아니라,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 때 줄 수 있는 시스템과 인식이 학교 현장에 안착돼 있는가를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혹여 어느 다문화가정이 아이들의 성장에 전폭적인 지원을 다하지 못 하게 됐을 때에도, 이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다른 친구들과 공정한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더 촘촘한 관심과 복지안전망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도내 1760명의 다문화학생들 하나하나에게 제공되는 교육의 기회가 어떤 담임을 만나느냐에 달려있다면 인생은 너무 복불복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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