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자산은 얼마나 되지?”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다. “제주의 가치를 말하는 것인지, 제주의 재정을 말하는 것인지, 제주의 토지가격을 의미하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에둘러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를 살펴볼 것도 없이 정확히 아는 바가 없었기에 ‘아는 체’ 하지 못했다.

결산 업무를 맡고 있는 지금은 적어도 한 가지 대답은 할 수 있게 됐다. 자산규모가 어떻다는 말을 써가면서 아는 체 할 수준이 되었으나, 그런 사실을 알아주거나 그 질문을 받은 이래로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다.

결산은 매년 하고 있는 일임에도 아는 사람이 적을뿐더러 설령 안다 하더라도 ‘1년 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얼마의 돈을 거둬서 얼마의 돈을 지출했는가’를 결산의 전부로 알고 있다. 이는 50%는 맞고 50%는 틀리다. 앞서 언급한 ‘세입과 세출 결산’이 매우 중요한 결산이며, 이와 더불어 기업회계 방식을 정부회계에 도입한 복식부기 개념의 결산인 ‘재무회계 결산’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다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2008년부터 지방자치단체는 재무회계 결산을 해오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국가신인도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로 삼는 것이 바로 복식부기 결산이다.

그런데 세입 세출에 관한 결산서는 수 천 쪽에 달하고, 복식부기 재무회계 결산서는 전문가만이 알 수 있는 난해한 회계용어로 무장하고 있어 주민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었고, 그 중요성에 비해 활용도는 미흡했다. 그래서 정부는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결산서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주민이 알기 쉬운 결산서’를 올 해 처음으로 작성토록 하고 있다.

내년에 나올 알기 쉬운 결산서에는 더 나은 정보가 담기게 될 것이다. 재무 분석을 통해 주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게 될 것이며, 주민의 의견도 수렴하여 반영하게 된다.

‘제주의 자산’은 얼마나 되는지도 홈페이지(회계과)에 게시된 알기 쉬운 결산서를 한 번만 본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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