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시개발 트렌트 스마트시티
道 공공서비스 개선 인프라 구축전략
JDC, 에너지분야 특화 실증단지 구상

도시를 첨단기술 적용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필요 서비스 찾는 게 우선
시민들 제안 및 결과 확장 역할해야

 

지난 가을 스페인 여행을 다녀온 후 한 통의 메일을 받고 깜짝 놀랐다. 첨부파일은 이동경로를 표시한 지도와 방문지점별로 정리된 사진첩이었다. 발신자는 구글포토앱. 별도로 요청한 적은 없었다. 단지 위치정보를 켜놓은 상태로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놀라기는 했지만 이 앱은 지난 여행을 정리하는 나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이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정보가 플랫폼으로 수집·가공되어 나에게 다시 영향을 미치는 ‘스마트’한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시민’이다.

요즘 발표되는 도시정책에서 스마트시티는 중요한 이슈이다. 제주특별자치도도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시티 인프라 구축전략을 제시하였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국가 스마트시티 추진전략에 따른 거점 신도시를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친환경 생활공간’을 만든다는 목표하에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제주도는 자연환경, 제도적 여건과 ‘탄소없는 섬 2030’과 같은 비전을 고려하면 한국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최고의 ‘스마트아일랜드’를 조성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싶어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도시를 기술 적용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말았으면 한다. 스마트시티는 교통 혼잡과 에너지 비효율성 등의 도시문제를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해결하는 도시로 정의되곤 한다. 앞서가는 스마트시티인 암스테르담이나 바르셀로나에 가면 수백개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기술만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역사와 시민의 삶 위에서 이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형태로 스며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첨단 기술을 어디에 적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기보다는 필요 도시서비스(Use Case)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우선이다. 기술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이다.

둘째, 스마트시티 정의에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포함된다. 제주도의 비전이나 JDC 실증단지 개발계획도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을 중요하게 다룬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고 에너지 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정책들이 진행되어야 한다. 먼저 에너지소비량의 20%, 온실가스 배출량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자동차 통행량을 줄이기 위한 제주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로 렌터카 이용을 줄이기 위한 ‘스마트셔틀버스’ 운영, 관광지 혼잡도를 알려주어 분포를 최적화하는 시스템 등이 있다. 또 차고지증명제가 시행되는 특성을 이용하여 공유주차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거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중앙역 주변과 같이 좁은 도로에 교통수단의 혼재로 혼잡한 지역은 차량진입을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외에도 스페인 바르셀로나처럼 에너지 절약을 위해 네온사인을 금지하고 많은 EU 도시들이 채택하고 있는 ‘스마트가로등’ 으로 도시 야간 경관을 아름답고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 스마트시티의 기획부터 구현까지 세심하고 일관성 있는 관리가 필요하다. JDC에서는 전력자급률 100% 스마트도시 실증단지를 구상중이다. 대체에너지 기술 구현을 한다면서 원형지를 훼손하거나 자연지형에 거스르는 기존 도시개발의 모순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쓰레기 처리 시스템 스마트화와 함께 배출을 최소화하는 행태유도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자동차, 보행, 자전거 이용이 모두 편리한 실증단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입주민의 행태특성을 분석하여 주차장 진출입체계 및 배치계획을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차량이동이 제한되는 구역에서도 입주민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단말 교통수단들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수 있는 방안들을 세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마트시민’이 중심이 되는 스마트시티가 되었으면 한다. 스미트시티를 구현하기 위한 기초자료는 시민들이 제공하는 정보이다. 정보제공자가 필요로 하는 스마트 서비스를 제안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이 운영되어야 한다. ‘스마트시민’은 구현기술의 적용대상만이 아니다.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또는 연구자로 역할을 할 수 있다. 제주도내 대학들과 기술지원, 도시개발, 리빙랩 가동 등을 함께 한다면 제주도형 스마트시티 구축이 용이해지는 한편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진정한 스마트시민은 자신과 지역에 필요한 도시서비스를 제안하고, 실험 대상자로써 참여하며, 결과를 공유·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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