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앞두고 제주교구청 홈페이지 통해 발표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이 성탄절을 맞아 ‘번영의 신화에서 깨어나십시오’라는 제목의 사목서한을 발표했다.

강 주교는 “2016년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19세 비정규직 청년이 혼자 일하다 진입하던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어 숨졌다. 2017년 제주의 18세 특성화고 학생은 생수업체에서 혼자 일하다 압착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최근에는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야간 순찰을 돌던 젊은이가 또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졌다”며 “이들의 가방에는 컵라면이 들어 있었고, 모두 외주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하루 10시간이상 일하다가 제대로 꽃피어보지도 못한 채 지고 말았다”고 슬픔을 전했다.

강 주교는 “특히 태안 발전소에서는 지난 10년간 12명의 비정규직이 사고사를 당했다. 세상이 이들을 한 인격체로 받아들이기보다 생산 공정의 한 수단으로 보고 생산단가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다보니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오래전 이집트 파라오는 절대 권력으로 백성을 고난에 빠지게 했고, 아우구스투스 로마 황제는 제국의 지배력과 번영을 극대화하기 위해 제국 전체에 호적등록 칙령을 내렸는데 오늘의 세상도 이들 제국이 추구하던 권력과 번영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수레처럼 질주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강 주교는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고 더 성장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욕구와 강박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사회의 가장 힘없고 나약한 이들이 제일 무거운 짐을 지고 구석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더 큰 권력과 더 화려한 번영을 외치며 끊임없이 유혹하는 오늘의 우상들에게 더 이상 우리 자신을 종으로 내어주지 말자. 예수님은 우리를 불러 세우시고 깨우치고 계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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