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10년, 새방향찾기]
<9> 외국의 다문화교육-캐나다 학교 현장 이야기

▲ 상공에서 바라본 캐나다 토론토 시가지 전경

소수민족의 증가, 인종 넘어 문화적 격차 대두
학생은 물론 학부모에도 영어프로그램 지원
학교 행사 땐 통역인 배치하기도

사람·물자·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 지난해 도내 거주외국인은 2만5646명으로 총 제주 인구의 4.0%를 차지했다. 2016년 2만2102명에서 한 해만에 3544명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주배경 학생 증가라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특화된 다문화 교육 모델의 필요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2012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교육기관을 설립한 제주는, 다문화교육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지난 10년간 어떤 교육을 진행해 해왔을까.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흐름까지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이민자들의 도시를 찾아서

캐나다는 이주민들의 언어능력 향상, 정체성 함양, 진로 지원에 다문화교육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방정부가 큰 틀의 다문화정책을 실시하고, 주 정부는 지역에 따라 주별 특성에 맞춘 다문화교육을 진행한다. 12년의 의무교육을 적용하지만 주 마다 학제를 포함해 독립적인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는 10개의 주(州)와 3개의 준 주로 이뤄졌다. 수도는 오타와. 그러나 캐나다 최대 도시이자 경제 수도는 온타리오 주에 속한 토론토다.

캐나다 연방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총 인구는 3500만 명을 넘어섰다. 건국 이후 첫 번째 통계가 있었던 1871년 전국 총 인구가 350만 명에 불과했으니 150여년 만에 10배가 불어난 셈이다. 주 별로는 온타리오 주가 1340만여 명으로 캐나다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한다. 이어 프랑스계 캐나다인이 많은 퀘벡 주가 800여만 명으로 뒤를 잇는다.

지난달 21~25일 토론토의 브루스 공립 초등학교(Bruce Junior Public School), 노스 욕(North York) 지역의 얼 헤이그 중·고등학교(Earl Haig High School), 마캄(Markham) 지역의 세인트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St. Patrick Catholic Elementary School)를 방문했다. 

▲ 토론토 Bruce Junior Public School의 교무실 입구. 이 곳 역시 다양한 인삿말로 공간을 표시하고 있다. 문정임 기자

△소수민족, 다수가 되다

브루스 공립초등학교(Bruce Junior Public School)는 전교생 250명 중 60~70%가 ‘소수민족’이다. 예전에는 백인이 많았지만 상황이 역전됐다. 소수민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적절치 않은 상황이 된 셈이다.

이 학교에서는 다문화학생이 들어오면 적성검사 후 언어와 학습 면에서 강약을 파악한다. 기본적으로 ESL프로그램(제2언어로서의 영어)을 통해 아이들의 영어 교육을 지원하는데, ESL이 영어 과목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ESL수학, ESL사회 등의 방식으로 영어가 서툰 아이들을 위한 정규 과목 반을 운영함으로서 아이들이 실제 과목에서도 영어를 익히도록 배려한다.

영어나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는 보조교사를 배정한다. 대체로 ESL과 보조교사 활용의 범위에서 지원 방식이 결정되는 편이다. 그러나 난민처럼 오랜 기간 학교에 못 다닌 아이들을 위해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교사들의 다문화감수성이 매우 크다. 토론토에서는 공평하게 가르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담임이나 ESL 교사만이 아니라 일반 과목 선생님들도 아이들의 상황을 알고 그에 맞게 배려를 해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이 학교 출입문과 교문 등 곳곳에 여러 나라의 언어로 해당 공간의 용도나 환영의 뜻을 표시해둔 것은 이들이 얼마나 열린 자세로 이주 배경 학생과 학부모를 수용하고 있는 지 알려준다.

▲ 캐나다 마캄 시에 있는 성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 문정임 기자

△학부모에게도 열린 영어수업

소수민족이 다수가 된 건 마캄(Markham) 지역의 세인트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St. Patrick Catholic Elementary School)도 마찬가지다. 마캄은 토론토 외곽지역으로 예전에는 농장이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비싼 토론토 주택가를 대신할 위성도시로 부각되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다.

성(聖) 패트릭 초등학교에는 340여명이 재학 중이다. 이곳에서는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부모의 동의를 받아 보충수업을 진행한다. 34명이 ESL반에 참여하고 있다. 전교생의 10%다. 1주일에 40분씩 1~3회 주로 소설을 읽는다. 언어를 익히는 데 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중국, 필리핀, 중남미 출신 이주학생들이다.

이 학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도 ESL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 누구나 열린 영어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학교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이 지역 토론토 지구 교육청의 방침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곳은 종교 학교이다 보니 미사, 크리스마스, 개교기념일 등 각종 행사에 부모를 초대하고 함께 한다. 마침 기자가 방문한 11월23일은 학부모의 날이었다. 점점 늘어나는 중국인 학부모를 위해 이날 행사에는 중국어 통역인이 초빙되기도 했다.

학교에서는 민족 명절에 아이들이 각 민족 문화를 소개하는 축제, 소셜 스터디, 종교학 프로그램 등에서 다문화교육을 두루 접목해 시행하고 있다.

▲ 노스욕 지역에 있는 Earl Haig 중,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미용 기술을 익히고 있다. 문정임 기자

△예술과 문화로 화합 지향

얼 헤이그 중·고등학교(Earl Haig High School)가 위치한 노스 욕(North York)은 한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 일번지로 불린다. 부유한 계층이 몰려 있다.

얼 헤이그 중·고등학교는 전교생 1500명 중 500여명이 음악, 미술, 드라마, 댄스, 필름 등 아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 학교는 20%가 백인, 80%가 동양·중동·혼혈이다. 이제는 소수민족이 다수가 된 만큼 단순한 인종 차별을 줄었지만 집안의 재정 상황과 문화적 경험, 선호하는 브랜드, 음악적 취향 등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생겨나고 있다. 때문에 이 곳에서는 아이들의 다양한 이주 배경을 수용하는 장치이면서 문화적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아트 프로그램을 특별히 지원하고 있다. 

당초에는 중·고등학교로서 진로 지원을 위해 학생들을 대학 진학자와 칼리지 진학자로 나눠 다른 과목을 교육했지만 9학년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생을 결정짓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 현재는 아트 프로그램에 무게를 싣고 있다. 

ESL은 영어 실력에 따라 A~E 다섯 단계로 나눠 시행하고 있다. 고등학교 수준에서 영어를 익히지 못 하면 이후 대학진학이나 사회 진출시 더 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더 세부화 된 단계로 기초부터 착실히 알려주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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