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교육 10년, 새방향찾기] <10> 외국의 다문화교육-캐나다 학교 현장 이야기

사람·물자·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근간으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 지난해 도내 거주외국인은 2만5646명으로 총 제주 인구의 4.0%를 차지했다. 2016년 2만2102명에서 한 해만에 3544명이 늘었다. 이 같은 추세는 이주배경 학생 증가라는 단순한 현상을 넘어, 특화된 다문화 교육 모델의 필요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2012년 전국 최초로 다문화교육기관을 설립한 제주는, 다문화교육이 본격화된 2007년 이후 지난 10년간 어떤 교육을 진행해 해왔을까.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흐름까지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아시아 등 특정민족에 치우친 교육보다
일상에서 평등개념 실천 교육이 중요
학교 급에 따라 지원 방점도 달라져야

▲ 사진 왼쪽부터 브루스 공립 초등학교(Bruce Junior Public School) 라이언 나이두(Ryan Naidoo) 교장. 세인트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St. Patrick Catholic Elementary School) 캐서린 펠레그리니(Katherine Pellegrini) 교장. 얼 헤이그 중·고등학교(Earl Haig High School) 레나타 곤살베스(Renata Gonsalves) 교장. 문정임 기자

지난달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만난 학교 관계자들은, 캐나다가 세계 최초로 다문화주의를 국가정책으로 공식 채택(1971)했지만 백인 중심의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인종이 아닌 빈부격차로 새로운 형태의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분명한 교육철학으로서 평등개념을 중요하게 숙지하고 있으며, 이것을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실천하는 데 매우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했다. 다문화교육의 열쇠는 아이들이 아니라 교사들의 다문화감수성에 달려 있다고도 강조했다.

△언어·학력·진로, 학교 급에 따라 주력 지원 달라져야

캐나다는 15세기 신대륙에 발을 디딘 이주민 국가로 출발했다. 경제발전의 수단으로 노동력 충당을 위해 이민자 수용을 선택, 국가정책으로 추진해왔다. 1871년 350만 명이던 인구는 2016년 3500만 명으로 10배나 불어났다. 영국계를 중심으로 프랑스계와 원주민으로 이뤄졌던 인구 구성은 현재 아시아, 중동, 혼혈민족으로 확장되며 국민 출신국가가 200여개를 넘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 마캄(Markham) 지역의 세인트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St. Patrick Catholic Elementary School), 캐서린 펠레그리니(Katherine Pellegrini) 교장은 취재진과의 첫 만남에서 자신이 이 학교에 다닐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1969년 2학년이던 무렵, 마캄시는 거대한 농장지역이었고 자신은 대장장이 8남매의 막내였다. 당시 이 지역에는 백인이 많았다. 사진 속 세인트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 2학년 23명 모두 백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학교 학생의 대부분이 중국과 필리핀, 중남미 등에서 온 이주학생들로 채워지고 있다.

▲ 세인트 패트릭 가톨릭 초등학교 캐서린 펠레그리니 교장(붉은 원)이 이 학교에 다니던 1969년 2학년 당시 학급 사진. 당시만 해도 23명 모두 백인이었던 이 학교는 현재 전교생의 대부분이 중국, 필리핀, 중남미에서 온 이주민이다. 문정임 기자

캐서린 펠레그리니 교장은 “내가 이 학교에 다닐 때와 달리 지금은 이주학생이 굉장히 많아지고 출신국도 다양해졌다”며 “학교에서도 본국 문화와 캐나다에 오게 된 과정, 현재의 언어·학력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비교적 부유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노스 욕(North York), 얼 헤이그 중·고등학교(Earl Haig High School), 레나타 곤살베스(Renata Gonsalves) 교장은 “우리는 중등 과정이다 보니 진로설계가 중요한데 이민자들의 경우 가정형편이나 정보 접근에서 제한된 기회를 갖는 것을 본다”며 “학교 급에 따라 분명한 지원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포용하는 환경 조성 가장 중요

학교 관계자들은 다문화교육의 새로운 방향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포용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브루스 공립 초등학교(Bruce Junior Public School), 라이언 나이두(Ryan Naidoo) 교장은 “다문화교육에 있어서 학교 활동의 모든 기반을 포용과 평등에 두고 이 개념을 학생들에게 심어주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이언 나이두 교장은 “토론토는 전체적으로 포용이라는 단어를 세뇌하듯 시민들에게 심어준다. 시민들은 다양함이 우리의 강점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평등의 개념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다문화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인종과 출신 국, 그들이 가진 종교나 문화가 점차 다양해지는 복합적 다양화의 추세가 계속된다고 할 때 아시아 등 일상에서 자주 보는 일부 민족에 대한 개방성만 가르치는 것보다 평등개념을 모든 학생,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심어주는 작업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문화교육의 열쇠는 교사의 손에

무엇보다 다문화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교사들에 있다.

학교 관계자들은 “토론토에서는 유색인종 교사들을 많이 채용해 해당국가 출신 학생들에게 멘토나 롤 모델로서 역할을 하도록 배려한다”며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만나는 교사라면 누구나 공평하게 가르치는 것을 예비교사 시절부터 내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 “다양한 사람들의 힘으로 캐나다가 오늘에 이르렀기 때문에 다양한 인종을 인정하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며 “이것은 오랜 국가적 정책과 확고한 철학, 일상에서 평등과 포용의 가치를 실행해 온 소중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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