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그야말로 격동(激動)의 한 해였다. 악화 일로를 걷던 한반도 정세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일순간 급반전했다. 마지막 분단국에서의 올림픽과 이후 펼쳐진 극적인 ‘평화 드라마’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올해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에서 30년 만에 개최된 두 번째 올림픽이다. 평창올림픽은 한때 위기감이 감돌던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끌어내는 산파역의 구실을 했다.

이는 4월 전쟁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분단(分斷) 65년 만에 처음 남북 정상의 만남으로 이어졌다. 이후 5월과 9월 판문점과 평양, 백두산을 오가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비핵화로 가는 불가역(不可逆)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렸다.

하지만 우리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고 북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 것 이외의 큰 진전은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되는 등 남북과 북미 관계는 교착상태에 빠졌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라고 말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2018년은 한국사회 내부에서도 되돌릴 수 없는 변화가 잇따랐다.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인 ‘미투’가 사회 각계각층을 휩쓸면서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뿌리째 뒤흔들었다. 또 기업 오너와 가족의 비상식적 엽기 행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전근대적 ‘갑질’이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정부패 수사 등 계속되는 적폐(積幣)청산 드라이브로 인해 국민들 피로감도 점차 쌓여가고 있다.

더욱이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하던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정책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최저임금제와 노동시간 단축(주 52시간 근무)으로 대변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은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때 70~80%를 웃돌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최근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이른바 ‘데드크로스(dead cross)’ 단계로 급전직하(急轉直下)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우리나라 대학교수들은 2018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택했다. 논어 태백편에 나오는 나오는 말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다.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 걸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해’엔 걱정보다 웃는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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