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최저임금發 2차 쇼크’
업계 “정부가 숨통 옥죄” 한탄
국정 핵심은 먹고사는 문제인데…

청와대 향한 또다른 의혹 불거져
이번엔 기재부 출신이 폭로
‘네탓’말고 ‘내탓’으로 돌아가야

 

2019년은 기해(己亥), 즉 돼지의 해다. 동양 철학의 이론 중 하나인 오행(五行)에 의하면 기(己)는 황색을, 해(亥)는 돼지를 뜻한다. 따라서 올해는 6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의 해’로 불린다. 돼지가 상징하는 것처럼 풍요롭고 다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가 않은 것 같다.

구랍 31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후폭풍이 거세다. 소상공인을 포함한 경제계는 ‘최저임금발(發) 2차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근래 들어 국내외 안팎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완성차 업계는 “이번 개정안 통과로 연간 7000억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게 돼 자동차산업의 국제경쟁력이 더욱 악화될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고 반발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 역시 “기존의 통상임금 확대와 최근 2년간의 30% 이상 최저임금 인상에 더해 임금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자칫 기업의 존폐 여부까지 불투명해질 수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자동차 업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특히 ‘생존’ 위협까지 받게 된 영세 소상공인들과 중소기업은 “정부가 숨통을 옥죄고 있다”며 울부짖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인건비 부담으로 숨통을 조이고 주휴(週休)수당으로는 범법자를 만들고 있다”면서 헌법소원 등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엄살’로 봐서는 결코 안 된다. 지난해 16.4%나 상승한 최저임금은 새해에도 10.9%가 올랐다. 2년 사이 30% 가까이 오른 것이다. 여기에 주휴시간까지 포함하면 가히 ‘최저임금 폭등(暴騰)’이라 할 만 하다. 일부 대기업 등을 제외하면 과연 누가 이를 감당할 것인가.

한때 이명박 정부에서 ‘왕의 남자’로 승승장구하다 MB 정권의 숙적이 되고, 최근 일식집 사장으로 변신한 정두언 전 국회의원의 말을 들어보자. 그의 발언의 특징은 ‘확고함’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이런 확고함을 유지했다. 요즘 자영업자가 힘들다는데 실제 해보니 어떤가라는 물음에 “이 정부는 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아주 꽉 막힌 정부 같다”고 서슴없이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에 대해서도 거침 없는 논객(論客)답게 막힘이 없었다. “국정 핵심은 결국 먹고 사는 문제인데 이 정부는 그걸 모른다.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는 정부라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귀족근로자만을 위한 노동정책을 펴다보니 빈부 격차는 더 커지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자업자득”이란 것이다.

문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비교도 그럴 듯 하다. 노 전 대통령은 남의 얘기는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한다. 근데 결국 보면 남의 애기가 다 반영된다. 반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기 얘기는 안 하고 경청을 열심히 한다. 그런데 그 말은 안 듣고 결국 자기 생각대로 간다는 게 정두언 전 의원의 평가다.

연말연시에 터진 악재는 최저임금만이 아니다. ‘청와대를 향한 폭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6급 주사(主事)보다 한 단계 높은 5급 사무관(事務官)의 폭로다.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행정고시 출신인 전 공무원이 폭로 대열에 가세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는 “청와대에서 KT&G(전 담배인삼공사) 사장을 바꾸라고 기재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한데 이어 “청와대가 정무적 이유로 적자국채 발행을 강요했다”고 폭로해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임종석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을 국회 운영위에 출석시켜 각종 의혹을 말끔히 씻고 잠재우려던 청와대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동안 ‘공감(共感)과 소통(疏通)’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취임 이후 날이 갈수록 그 빛이 바래고 있다. 여기엔 청와대 참모들의 책임이 크다. 특히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리고 있다’거나 ‘현 정부엔 민간인사찰 유전인자가 없다’는 등의 오만불손한 “네탓” 발언은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는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했던 ‘춘풍추상(春風秋霜)’의 정신을 다시 한 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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