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난리가 끝날 지 알 수 없지만/며칠만 꼭꼭 숨어 있으면/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오순도순 버티던 동광리 사람들//눈 녹인 물 먹으며 배고픔 달래보지만/한숨소리 점점 깊어지고/쉬이 새벽은 오지 않고/인심은 점점 야박하여지고//끝낸 토벌대에 추적당한/큰넓궤 사람들/토벌대 무차별 총탄 앞에/허망하게 쓰러졌다//햇빛 한 번 제대로 보지 못 하고/허리 한 번 제대로 펴보지 못 하고/캄캄한 동굴 속에서/무참히 매장 되었다/영원한 무덤 되었다’ (‘산 증인 큰넓궤’ 전문)

2006년 ‘제주작가’ 신인상으로 등단한 제주시인 김순선 씨가 최근 시집 ‘백비가 일어서는 날’을 출간했다. 4·3이 완전하게 해결되는 날을 뜻하는 제목에서 보듯 제주의 아픔 4·3을 노래한 시집이다.
전작으로 ‘위태로운 잠’, ‘저, 빗소리에’, ‘바람의 변명’ 등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들꽃·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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