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학교 적어 선택권 침해 판단
전보내신서에 자녀정보 기재 등 대안
사립엔 권고 수준, 여전히 우려는 남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와 비슷한 유형의 교육비리가 잇따르자 교육부가 오는 3월부터 ‘상피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지 못 하도록 원천 차단하겠다는 것인데, 제주는 상피제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내신이 입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래저래 우려가 남게 됐다.

지난 달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상피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상피제란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2015년 이후 시험지 유출이 적발된 고등학교가 숙명여고를 포함해 전국 13곳에서 확인됨에 따라 교육현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고 학생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을 결정했다. 교육부 조사에서는 전국 2360개 고등학교 중 23.7%인 650개교에서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주도교육청은 상피제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지역에 학교 수가 많지 않아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비평준화 지역(성적에 따라 학생이 선택해서 진학)인 서귀포의 경우 여고와 남고가 각각 2곳씩 있는데, 부모가 있는 학교를 피하다보면 성적이 낮아 다른 학교를 지원할 수 없거나, 성적이 높음에도 더 낮은 학교를 가야 하는 역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수학과가 특성학교에만 있는 특성화고 진학에서도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대신 도교육청은 교원 인사에 앞서 교사들로부터 받는 전보내신서에 자녀가 다니는 학교명과 학년을 적도록 해 같은 학교 발령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또, 불가피 부모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경우 교사를 교무부장 등 결재라인에서 배제하도록 학교별 학업성적관리규정을 개정하도록 했다.

하지만 도교육청의 이 같은 대안에도 학생과 학부모들의 우려는 남는다. 학교 폭이 넓은 중학교의 경우 전보 내신서를 토대로 발령처를 교육청이 조정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의 경우 여전히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요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학교를 다니는 비율이 더 높은 사립학교에는 강제할 수단도 없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내신이 곧 입시 결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동료교사의 자녀에 대해 사심 없이 점수를 줄 교사가 많다고 믿기는 힘든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기준으로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도내 교원은 중·고등학교를 합쳐 15개교 25명으로 집계됐다. 중학교가 8개교(공립) 11명, 고등학교는 국립 1, 공립 2, 사립 4곳 등 7개교 14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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