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납지 않은 너른 바위가 곳곳에 크고 작은 쉼터와 물샘 등을 풀어 놓은 ‘구럼비’는 강정주민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지주였다. 또한 공권력의 횡포로 진행된 제주해군기지건설 과정에서 ‘생명과 평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구럼비 바위 발파에 항의하는 주민들의 해상 진출을 막기 위해 경찰이 강정포구를 봉쇄한 것은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경찰의 원천봉쇄에 거칠게 항의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마을 주민들은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2012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경철(58) 당시 강정마을회장 등 주민 5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한 경우에만 성립한다. 적법성이 결여된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대항해 폭행이나 협박을 가했다고 해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의 봉쇄 조처를 적법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는 1·2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사건은 제주해군기지 사업부지 내 구럼비 발파(3월7일)를 열흘 앞둔 2012년 2월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찰은 구럼비 해안에서 평화활동가를 포함해 16명이 연행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자 27일 오전 7시부터 인력을 대거 투입해 강정포구 진입을 원천봉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정주민들은 카약을 타고 나가 구럼비 해안 환경파괴를 감시하던 평화활동가들에게 음식과 의약품을 건네주려 했고, 경찰이 포구에서 주민들을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에 주민들이 “해군기지 공사현장이 아닌 강정포구에서 우리를 막는 이유가 뭐냐”고 거세게 항의하며 이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났다. 경찰은 조경철 전 강정마을회장과 주민 5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연행해 기소하기에 이른다.

 이후 6년간 이어진 재판에서는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이 적법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결국 대법원은 “포구 봉쇄가 적법한 직무집행이 아닌 만큼 이에 기초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는 성립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이 사건은 일단락이 됐지만 주민들이 장기간의 재판에 시달리는 등 많은 후유증을 남겼다. 특히 마을주민들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구럼비 바위’는 공권력의 폭압 등에 의해 강행된 폭파로 외마디 비명과 함께 깨어지고 부서져 나갔다.

 역사는 과연 이 ‘야만(野蠻)의 폭력’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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