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대한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제주의 경우 전년도의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해 대조를 보였다. ‘사드 역풍’으로 중국자본 유입이 막힌 영향도 있지만, 투자 신뢰도 저하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신고금액)는 269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7.2% 증가한 역대 최대실적이다. 도착기준으로도 전년 대비 20.9% 증가한 163억94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산자부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한·미 간 금리격차 등 대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경제의 굳건한 펀더멘탈과 다각적인 투자유치 노력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와는 달리 제주도의 외국인 투자유치 실적은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 전년도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주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제주지역 외국인 직접투자 실적(신고금액)은 1억3700만 달러로 전년도 10억8900만 달러 대비 무려 87.4%나 급감했다. 도착금액 역시 1년 전보다 72.7% 감소한 2억4600만 달러에 머물렀다.

그동안 제주도는 외국인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0년 2월부터 한화 5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실시하며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했다. 실제 도착액 기준 투자현황을 보면 2012년 6800만 달러에서 2013년 2억2200만 달러, 2014년 5억5800만 달러, 2015년 6억9500만 달러, 2016년 9억700만 달러, 2017년엔 9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를 중국의 ‘사드 보복’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 근래 들어 개발과 보존이란 갈림길에서 우왕좌왕하는 등 합리적인 대안을 찾지 못해 투자 신뢰도가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 큰 논란으로 불거진 ‘영리병원 사태’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원희룡 제주도정은 2019년 새해는 국내외 여건상 경제가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며, 도민의 주도력과 경쟁력을 키워 외부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경제체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힌바 있다. 제주도의 자체적인 힘만으론 이를 극복해 나가기가 어렵다. 외국인 투자마저 위축되면 원 도정의 다짐과 노력 또한 공염불로 끝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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