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해를 맞는다. 신년인사로 으레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를 연발한다. 그런데 여기엔 꼭 ‘기해년’이라는 접두어를 붙인다. 관행처럼 돼버렸다. 하지만 태세(太歲)인 육십갑자는 음력이다. 음력으로 기해년(己亥年)이 되려면 아직 한 달 가까이나 남았다. 올해 양력 1월 1일은 음력으론 동짓달 스무엿새임에도, 무조건 ‘기해년 새해’라고 못 박아 놓는다. 비정상이다. 정상으로 기해년은 음력 정월 초하루인 다음달(2월) 5일부터다. 언론보도에 문제가 있다. 모든 분야에 앞장서는 게 언론의 생리라고는 하나, 어찌 보면 되레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금년은 돼지띠해이다. 띠의 경우는 24절기의 처음인 입춘(立春)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오는 2월4일이 돼서야 돼지띠는 시작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처지에서는 입춘 전이라 할지라도 사랑하는 아기에게 ‘황금돼지띠’를 선물하고 싶을 터이다. 이런 이들에게 굳이 “아직은 돼지띠가 아니라”고 강조할 마음은 없다. 새 생명에 꿈과 희망을 안겨주려는 따스한 어버이의 심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단지 ‘사실’만은 알아야하지 않을까하는 기우에서이다.

우리는 양력 1월초에 ‘새해’인사를 한다. 그럼에도 음력 정월이 되면 또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를 거듭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이중과세(二重過歲)이다. 한 달 정도의 간격을 두고 ‘새해’를 두 번 맞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양력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양력 1월1일이 절대 ‘새해’ 첫날이다. 다만 정부는 우리 고유민속인 설 명절을 인정하여 ‘음력 정월초하루전후(前後)’를 정식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때의 인사는 ‘새해’라는 말은 빼고 “설 명절에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정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차제에 서기(西紀)와 함께, 단기를 병용(倂用)했으면 한다. 서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이를테면 ‘2019(4352)년’처럼 괄호 안에 단기를 병기하자는 말이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논할 때 “반만년의 찬란한 문화와 전통”이라는 말을 예사로 쓴다. 반만년(半萬年)이란, 글자그대로 1만년의 절반이다. 이 반만년은 단군기원(단기)에서 유래한다. 단기를 써야만 반만년이라는 얘기가 통할게 아닌가. 물론 단기로 하더라도 앞으로 648년은 더 있어야 5,000년에 이르게 된다. 단기도 박달나무 단자, 단기(檀紀)와 제단 단자, 단기(壇紀)중 어느 하나를 확정지어야 한다.

‘5.16도로’명을 바꾸는 것도 바람직하다. 5.16은 그 주체세력에 의해 오랫동안 ‘군사혁명’으로 불려왔으나, 현행 국정교과서에는 ‘군사정변’으로 표현하고 있다. 군사쿠데타라는 뜻이다. 우리 아름다운 제주도에 ‘쿠데타도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혹자는 5.16이후에 개통된 도로라면서 ‘역사성’을 내세운다. 그렇지만 이 도로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이미 임도(林道)로 개설이 된 길이다. 5.16당시 전국의 국도 포장률은 30%미만이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5.16이후에 개설됐거나 확장 포장된 국도는 모두 ‘5.16도로’라고 해야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와 아울러, 횡단도로라는 용어도 바로잡아야 한다. 횡단의 횡자는 ‘가로 횡(橫)자’이다. 가로는 좌우(左右), 동서(東西)를 일컫는다. 그런데 우리는 서귀포와 제주시사이 남북도로를 횡단(橫斷)도로라 부르고 있다. 세로로 놓여 있는 길을 ‘세로 종(縱)자’ 종단(縱斷)도로라 하지 않고 ‘가로로 놓인 길’이라 억지를 부리는 격이다. 이런 도로이름이 50년 넘게 그냥 불려 지고 있다. 한라산을 ‘가로질러간다’는 단순한 의미로 지었다면, 이는 순진하다 못해 유치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영국에서는 신설도로를, 문화재처럼 소중하게 다루며 명명(命名)한다고 한다. 우리는 도로명칭을 동서남북 방위위주로 아주 쉽게 붙여버리기 일쑤다. 최근 들어 서부(西部)와 동부(東部)산업도로를 각각 ‘평화로’와 ‘번영로’로, 제2횡단도로를 ‘1,100도로’로 변경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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