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수차례에 걸쳐 의혹을 제기했던 ‘재밋섬’(메가박스 제주점) 건물매입과 관련 절차상의 문제점이 대부분 사실로 나타났다.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른바 ‘제주아트플랫폼 조성계획’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예술단체의 아트플랫폼 역할을 위한 공간 마련 등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이를 위해 제주시 삼도2동 재밋섬파크 외 4필지 부동산을 106억7300만원에 매입하는 것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숱한 문제점이 불거지며 급기야 제주도감사위원회의 감사까지 받게 됐다.

 도감사위가 9일 발표한 감사내용을 보면 ‘재밋섬 건물’ 매입은 허술함을 넘어 제멋대로였다. 감사위가 지적한 사항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사회와의 사전공감대 부족과 기본재산운용계획 도지사 보고 미이행’을 비롯해 기본재산관리위원회 구성 및 운영 불합리, 도의회 보고 미이행,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내용 및 재밋섬 부동산 매입을 위한 감정평가내용 부적정 등 매입과정 전반이 ‘엉터리’로 밝혀졌다.

 예컨대 재단 기본재산관리규정에 따르면 재단은 매년 다음연도의 기본재산운용계획을 수립해 이사회 의결을 거쳐 도지사에게 승인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재단은 2017년 9월 이전부터 제주아트플랫폼 조성을 위한 부동산 매입 논의를 진행했고, 9월 18일에는 부동산 매입을 전제로 ‘탁상 감정평가’를 의뢰하면서 100억원이 투자되는 부동산 매입 진행상황 등을 도지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또 제주도 공유재산 관리조례 규정에는 1억원을 초과하는 공유재산을 취득하는 경우 외부 전문가가 과반수 이상 포함된 공유재산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지만 문화예술재단은 이 역시 지키지 않고 묵살했다.

 제주도정의 감독 소홀도 도마에 올랐다. 재단이 1차례 형식적인 설명회만 개최하고 이사회 의결 및 도지사 승인을 거친 후 도의회에 보고하는 절차마저 생략한 채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는데도 제주도는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도감사위는 재밋섬 매입 업무를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박경훈 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8월 퇴직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고, 대신 공기관의 신뢰를 떨어뜨린 문화예술재단에 대해 기관경고했다. 이와 함께 실무 총괄자는 경징계, 직원 2명에게는 경고처분 요구 등 ‘솜방망이 처벌’로 그쳤다.

 거센 논란이 일었고 감사 또한 요란을 떨었지만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격이 됐다. 왜 잊을만하면 각종 비리가 터지는 이유를 이제 정확히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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